서울관광재단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서울의 역사적인 장소인 경희궁, 운현궁, 종묘와 함께 가볼만한 여행코스를 소개했다.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외에도 서울에는 다양한 궁궐과 역사유적이 남아있다. 주변의 다채로운 공간을 함께 둘러보다 보면 여러 시대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다.
◇ 경희궁과 돈의문 박물관마을 경희궁은 도심 속에 위치한 고즈넉한 궁으로, 근대의 역사를 조용한 분위기에서 둘러볼 수 있다.
경희궁은 새문안 대궐 또는 서쪽의 궁궐이라 해서 서궐이라 불리기도 했다. 조선 5대 궁궐 중 하나로 왕족의 사저로 쓰이고 창덕궁과 짝을 이루어 경덕궁으로 불리다가 영조 36년(1760)을 경희궁이라 개칭했다.
흥화문을 지나 숭정문까지 이어지는 길과 드넓은 광장은 산책하기 좋고 숭정문에 들어가기 전 인왕산의 옆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경희궁 둘레에 산책길도 잘 갖춰져 있어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종종 등장했다.
경희궁 뒤편으로 올라가면 과거 서울의 기상관측소였던 국립기상박물관이 있다.
국립기상박물관은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오르막이 많지만 무료주차가 가능하고 입장과 전시해설 모두 무료여서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다. 근현대 이전 조선시대의 기상관측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1932년 당시 경석측후소의 지진계실을 그대로 보존해 실제로 지진을 관측, 기록했던 현장을 볼 수 있다. 앞마당에서는 식물계절 관측표준목인 단풍나무와 벚나무도 볼 수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이름 그대로 마을 전체가 마치 박물관 같이 꾸며져 있다.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 첫 동네로서의 역사적 가치와 흘러간 근현대 서울의 삶과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서울형 도시재생 방식을 통해 재탄생한 도심 속 마을 단위 역사·문화공간이다.
중앙광장의 마을안내소 건물의 파사드는 현대의 기술과 과거의 장면이 잘 조화돼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이발소, 극장 등 직접 들어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으며, '지금 이 순간, 돈의문박물관마을 전', '이별박물관 전' 등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 운현궁과 계동
운현궁은 조선말엽 왕가의 생활상을 간직한 고풍스러운 공간으로 당시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조선 26대 왕이자 대한제국 황제였던 고종이 임금에 오르기전인 12살까지 거주했던 곳이자,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집이다. 젊은 고종을 대신해 흥선대원군이 약 10년간 국정을 이끌었던 곳으로 조선후기 왕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운현궁 건너편에 있는 계동에는 다양한 전시와 체험 클래스가 진행되는 북촌 설화수의 집과 조향사의 집이 있다. 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아모레에서 1930년대의 대저택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미용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라운지에서는 무료로 예약가능한 다양한 클래스가 열리며, 위층으로는 전통적인 메뉴로 구성된 차와 베이커리, 논알콜 칵테일을 판매하고 있는 오설록 티하우스가 있다. 설화수의 집 바로 옆에는 아모레 퍼시픽에서 일하던 조향사의 공간을 테마로 꾸민 조향사의 집이 있어 향수 체험을 할 수 있다.
계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소에서는 사전 신청을 통해 견학프로그램을 체험하고, 도서관과 전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종묘와 서순라길
조선 건축의 정수로 불리는 종묘는 역대 조선 국왕들과 왕후들의 신주를 모시고 제례를 봉행하는 유교 사당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있다. 시간제 관람으로 해설사를 따라 약 1시간가량의 설명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종묘는 2020년부터 보수공사를 시작해 올해 9월 완료 예정인데, 종묘 관람의 하이라이트인 정전은 장막으로 가려져있다. 정전의 대대적인 보수공사는 고종 이후 처음이기 때문에 100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한다.
종묘의 서쪽에 위치한 서순라길은 종로의 분위기를 담은 한옥 식당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돌담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낮에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카페가 있어 둘러보기 좋으며, 저녁이 되면 또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다른 분위기를 낸다. 영국식 맥주 펍인부터 일본풍의 한식요리주점, 국내 수제 맥주를 다루는 한옥 펍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전통과 이국적인 분위기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