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어때?] 볼거리부터 먹을거리까지...'유잼' 대전여행

김나윤 기자 2024-09-03 18:16:39

▲ 대전 대청호 ©micetoday 


대전에는 성심당만 있는 게 아니다. 볼거리부터 체험거리까지, 알고보면 여행할 구석이 많은 도시 중 하나가 대전이다.

'대전 마이스데이' 행사 참석차 들른 대전에서 짧은 일정이었지만 대전을 두루 둘러보는 기회가 됐다.

첫번째 여행지는 대청호였다. 대청호는 금강의 일부 구간을 댐으로 막아 형성된 것으로 국내에서 세번째로 큰 호수다. 충청권, 경남권뿐만 아니라 전라권 일부에도 상수도를 공급하고 있다. 관광자원이자 수자원인 셈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웠다. 그나마 호수 주변 데크길은 나무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햇빛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 걷기는 힘들었다. 습도가 낮아지고 선선해지는 가을은 더할 나위없이 산책하기 좋은 길인 것같다. 습한 폭염인데도 대청호로 산책이나 운동을 나온 사람들은 꽤나 많았다.

▲ 대청호 데크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세 그루의 거대한 버드나무 ©micetoday 


호수 곳곳에 솟아난 산과 섬은 푸른물과 어우러졌고, 나무그늘 밑에서 나무 사이로 엿보는 푸른 호수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한 대전 주민은 이곳도 좋지만 호수 북부에 있는 대청댐이 더 멋지다고 귀띔했다.

대청호에 위치한 명상정원은 공모를 통해 이름이 지어졌지만 원래는 '슬픈연가' 촬영지로 불렸다. 경관이 빼어나 '슬픈연가'를 비롯해 '역린', '7년의 밤'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대청호 해설을 맡은 윤정원 문화해설사는 "자연은 매력적인 자원"이라며 "자연 자체를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크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호숫가를 직접 걷게 했는데, 윤 해설사는 데크가 있어 편한 것도 있지만 직접 호숫가를 걸을 기회가 없어진 것에 아쉬워했다. "내 발로 걸어야만 보이는 아름다운 것이 있다"고.

▲ 나무 사이로 보이는 호숫가가 운치있다. ©micetoday 


엄밀히 따지면 인공호수인 대청호는 자연 그대로 보존된 곳이 아니다. 대청댐이 1975년 착공돼 1980년 완공된 후 물 밑에 가라앉은 마을은 86개에 달한다. 마을 하나가 사라지면 도서관이 하나 사라지는 격이라는데, 그 수가 86개라는 것이다.

대청호 인근에 살던 수몰민들은 대전 곳곳으로 이주해 살고 있다. 윤 해설사는 "수몰민들은 '내 고향은 용궁'이라고 표현한다"며 "나고 자란 터전이 물밑에 잠겨 돌아갈 수 없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청호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뒤에 수몰민들의 아픈 역사를 품은 호수다.

▲ 대전 대덕구 이현마을 입구. 어르신 예술공방 명칭인 '나이아가라!(나이야 가라!)'가 재치있다. ©micetoday 


대청호에 인근의 대덕구 이현마을도 관광명소다. 2022년부터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현마을은 입구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팻말과 마을 곳곳에 벽화와 조형물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 조형물들은 버려진 재료를 재활용·새활용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곳에서 송편빚기 체험을 했다.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이 직접 강사로 나섰다. 때마침 추석이 다가오니 송편으로 준비했다는 설명과 함께 송편 빚는 시범을 보였다.

반죽을 적당량 떼어내 동그랗게 말고, 가운데를 살짝 눌러 소를 채워 넣는다. 그리고 반죽을 여미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뭇잎, 호박 등 다양하게 모양을 내는 방법을 알려줬다. 준비된 반죽 색깔도 흰색, 호박색, 쑥색, 자색으로 다양했다. 이때 반죽을 빚는 데 힘을 주면 모양이 망가지고 소를 채울 때 욕심내면 흘러넘쳐 지저분해진다. 송편빚기는 인내와 절제의 미덕을 알려주는 셈이었다.

▲ 이현마을에서 진행한 송편빚기 체험. 탁상 가운데에 예시로 만들어진 송편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micetoday 


송편빚기 후에는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곡물로 만든 미숫가루와 함께 송편을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빚은 송편은 가마솥에 쪄낸 후 받아볼 수 있었다. 이현마을 체험 프로그램은 전화예약으로 미리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체험할 수 있는 종류는 송편 외에도 쑥개떡, 절편, 한과 등 다양하다. 이외에도 도자기 체험, 감돌고기 조형물 만들기 등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 플레이스플로라. 이름답게 내부에 식물이 가득하다. ©micetoday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대전 유니크베뉴로 선정된 레스토랑 '플레이스 플로라'다. 널찍하고 멋스러운 온실 공간을 갖추고 있어 스몰웨딩, 돌잔치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그럴만도 한 게 입구부터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온실은 수목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대식물들이 가득했다.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이곳에서 레드와인 한잔과 함께 먹은 꽃등심스테이크도 맛이 좋았다. 고기 자체도 부드럽고, 스테이크 밑에 스프레드로 깔린 매쉬드 포테이토와 조화를 이뤄 풍미가 풍성해졌다. 파스타도 맛있다고 하는데 다음 기회에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