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 여행노트] 볼거리 넘치는 리우...치안은 아쉽다
2024-07-29
남미는 빼어난 자연경관뿐 아니라 서구의 침략으로 시작된 역사의 흔적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한달 가까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등 5개국을 여행한 기록을 20편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태고의 자연경관, 역사, 그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음가는대로 담았다. 남미를 다녀온 분들에게는 추억 돌아보기로, 여행을 계획중인 분에게는 사전정보로, 남미라는 외딴동네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남미는 우리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지역이다. 동남아시아처럼 관광이나 여행 명분으로 가볍게 다녀오기에는 너무 멀기도 하다. 실제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유럽과 북미, 동남아시아 등을 두루 돌아본 다음에야 남미 여행을 꿈꾼다. 우리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퇴직 후 직장생활 중 해외출장을 갔던 미국이나 유럽 지역을 하나하나 다녀온 다음에서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가 궁금해졌다.
일본과 동남아, 유럽 그리고 40일이나 걸린 산티아고 순례길, 알프스와 캐나다 로키지역의 트래킹까지 다녀온 나로서도 남미 여행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다. 서울에서 지구를 뚫고 가면 그 대척점이 바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근처라고 하니, 정확하게 서울 반대편이다. 시간도 12시간 차이가 나고 계절도 반대다. 도착하는데만 24~30시간 걸린다고 하니, 본 여행에 앞서 진이 빠져버릴까 겁났다.
하지만 마냥 미룰 수 없었다. 꽃중년인 내가 더이상 미루면 진짜 실행이 불가능해질 것만 같았다. 몸이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도 났다. 그래서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냉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아내와 함께 하는 여행인 점을 고려해서 트래킹 코스를 과감히 포기하고 27일동안 남미 5개국을 두루 돌면서 문화탐방을 하기로 작정했다.
우리는 서울에서 런던을 경유해 대서양을 건너 브라질 리우에 도착하고, 돌아올 때는 페루 리마에서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거쳐 인천으로 귀국하는 '시계방향'으로 여행하기로 했다.
◇ 남미여행에서 '4가지 변수'
남미는 치안상태와 고산적응, 건강유지, 날씨 등 여러가지 여건이 잘 맞아야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칠 수 있다.
우선 '치안' 상태다. 남미 여행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도난이다. 멋진 풍광을 담기 위해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최신 스마트폰이 소매치기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또 새벽에 혼자 산책하겠다고 해변에 나갔다가 총기를 든 강도를 만날 수도 있다. 수시로 일어나는 시위로 길이 막혀 약속시간을 맞출 수 없는 것은 약과다. 현지 국내선 비행기나 철도가 파업해서 아예 방문지를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부랴부랴 방문지를 바꿔야 한다. 잉카 레일이 파업해서 아구아스깔리엔떼스 마을을 갈 수가 없어 마추픽추 관광을 포기했다는 여행기도 본 적이 있다.
'고산'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남미 여행의 백미인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나, 페루의 잉카 문화의 중심도시인 쿠스코는 해발 3500m가 넘는 고산지역에 있다. 고산병을 체력으로 버티던가, 아니면 사전에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고행길이 될 수 있다.
'날씨'도 남미 여행의 변수다. 날씨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하늘이 맑고 푸르게 펼쳐진 날에 여행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날에 여행하는 것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특히 여행의 추억이 담긴 사진의 질이 많이 달라진다. 남미 여행의 매력은 파타고니아, 우유니와 같은 때묻지 않은 자연을 즐기는 일이다. 눈비나 거친 바람처럼 궂은 날씨를 피해가는 절묘한 운도 따라줘야 태고의 자연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길고 긴 여행기간, 익숙하지 않은 음식, 고산까지 적응해야 하는데다 여행지역에 따라 여름부터 겨울까지 다양한 날씨에 시달리다보면 몸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몸 상태가 나빠졌다고 일정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항상 좋은 컨디션이 유지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챙겨입고 먹으면서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큼직한 여행트렁크에 겨울 방한패딩과 반팔티까지 4계절 옷가지를 두루 담았다. 파타고니아에서 2차례 짧은 트래킹 일정도 있어서 등산화와 스틱도 챙겼다. 사진을 쉴새없이 찍어댈 것이 뻔하니, 휴대폰에 손가락 고리도 달고 멀리서도 눈에 띄도록 목줄까지 야무지게 달았다.
단단히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인천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했는데 목적지인 브라질 리우에 다음날 오전 10시쯤 도착했다. 집에서 리우까지 꼬박 38시간이 걸렸다. 참으로 먼 거리였다. 앞으로 남미 국내선만 10회 이상을 타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 38시간만에 세계 3대 미항 '리우' 도착
전용버스로 브라질 리우공항을 벗어나는데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포르투칼 탐험대가 1500년 초 대서양을 통해 들어오며 바다로 이어진 큰 물줄기가 강으로 보였나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Rio de Janeiro', 1월의 강이다.
30분만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내려다보니 햇살이 만만치 않다. 건너편에 돌산이 자리하고 있고, 그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머리 위를 오르내린다. '빵 데 아수카르' 설탕을 부어놓은 것같다고 해서 영어로는 슈가로프(Sugar Loaf)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빵산이라고 한다. 빵처럼 부풀어올라 얻은 이름인데 높은 만큼 리우 시내와 멋진 해안이 한눈에 보인다.
세계 3대 미항이라고 불리는 '라우데자네이로'의 해안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언덕 아래가 화물선 같은 큰 배가 드나드는 항구는 아닌 듯하다. 잘 정비된 항구 앞에 100대는 넘을 듯 보이는 요트급 선박들이 점점이 깔려있다. 한쪽에는 하얀 모래가 깔린 긴 백사장이 파란 숲과 높은 도심 건물 앞에 예쁘게 깔려있다. 멀리 리우의 명물 코루코바두 예수상도 보였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남미 여행을 시작해보자.
글/ 이상홍
(현)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여행작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숲 해설가
(전)정보통신기확평가원 원장/ KT파워텔 대표/ KT 종합기술원 부원장/ KT 중앙연구소장
저서=까미노, 꽃중년이 걸은 꽃길, 꽃의 향기 소통의 향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