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 여행노트] 볼거리 넘치는 리우...치안은 아쉽다

[이상홍의 남미여행기②] 리우의 명소를 찾아서
마이스투데이 2024-07-29 09:00:03

남미는 빼어난 자연경관뿐 아니라 서구의 침략으로 시작된 역사의 흔적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한달 가까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등 5개국을 여행한 기록을 20편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태고의 자연경관, 역사, 그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음가는대로 담았다. 남미를 다녀온 분들에게는 추억 돌아보기로, 여행을 계획중인 분에게는 사전정보로, 남미라는 외딴동네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물이 좋은 리파네마 해변 (사진=이상홍)

<1편 [꽃중년 여행노트] 한달간의 남미여행 '첫발' 내딛다>에서 이어집니다.



브라질 라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 우리는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코파카바나' 해안으로 이동했다.

식당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니 해안가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야자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 깃발과 백사장이 보였다. 수영복 차림의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해변을 거닐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가이드가 코앞에 보이는 해변에 얼씬도 못하게 한다. 오후일정이 촉박하기도 했지만 치안에 대한 염려가 더 큰 듯했다. 

사실 나는 리우 방문이 처음이 아니다. 30년전인 1994년 8월 학회에 참석하느라 리우에 온 적이 있다. 논문 발표가 목적이었지만 리우라는 도시가 오가기 쉽지 않은 지역이어서 먼거리에도 불구하고 애써 방문한 기억이 있다. 30년 전에도 치안은 불안했는데 여전했다.

브라질 치안과 관련해 들은 재미난 이야기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브라질 해안에서 뛰는 사람은 두 종류가 있는데, 백인이 뛰면 운동중이거니 하고 유색인이 뛰면 털고 도망 중으로 보면 별로 틀리지 않는다 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브라질이 따뜻한 기후여서 대충 벗고 살고, 먹고 사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아 낙천적이고 느린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런 브라질 사람들의 행동이 빨라질 때가 바로 축구 골대 앞에 있을 때와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리고 훔치고 도망칠 때라고 한다.

세번째는 리우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유명한 해변이 코파카바나 해변과 이파네마 해변인데 이곳에서 절대 한눈 팔면 안되는 이유가 '소매치기'와 '전봇대'라고 한다. 소매치기는 주머니 털릴까 조심하라는 것인데 '전봇대는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키니 수영복이나 티팬티 수영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미인들이 많은 탓에 흘끔흘끔 쳐다보다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전봇대에 부딪힐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거란다.

식사를 마치고 짐 내리려 들어간 호텔 객실의 뷰는 환상이었다. 코파카바나 해안보다 물이 좋은 이파네마 해안이 한눈에 보였다. 백사장에 빨간 파라솔이 그림처럼 깔려있고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에는 수많은 선남선녀 무리들이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홀린 듯 한참을 내려다보니 전봇대 조심하라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저녁식사 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더이상 참지 못하고 두 눈 크게 뜨고 코파카바나 해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야경이 수놓인 해안가의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따뜻한 모래 감촉이 맨발을 타고 올라왔다. 구릿빛 청년들이 벌이는 발배구는 그야말로 진기명기였다. 30년전에는 이 모래밭에 축구하는 젊은이들만 보였는데 이제는 네트를 마주 보고 땀을 흘린다.

호텔에 돌아오니 오후 8시. 그런데 몸은 벌써 파김치다. 눈꺼풀은 천근만근이다. 시차적응을 위해 창문너머 들리는 파도소리에 집중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 브라질의 랜드마크 '코루코바두 예수상'

리우의 두번째 날. 서둘러 리우의 명물 '코루코바두 예수상'으로 향했다. 해발 710m 코르코바두산 정상에서 리우를 양팔로 감싸듯 서있는 이 거대한 예수상은 리우뿐 아니라 브라질의 랜드마크다. 1931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이 예수상은 높이 30m, 무게 635톤에 이른다. 세계 최대 아르데코 양식 조각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수상이지만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말은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예수가 내려다보는 쪽은 빵처럼 부풀어올라 있다고 해서 붙여진 '빵산' 즉 슈가로프(Sugar Loaf)산을 포함한 리우의 멋진 해변이고, 그 반대쪽엔 리우의 빈민촌인 파벨라 슬럼지역이 있다. 그런데 왜 예수님은 전쟁같은 삶을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빈민촌 대신에 헬기를 타고 출퇴근하는 부촌을 바라보고 계실까 싶었다.

코르코바두 예수상이 관광지로 유명해지자, 과거 브라질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포르투갈도 비슷한 예수상을 리스본에 세운다. 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이라는 명분으로 1959년 타구스강 건너에 거대 예수상 '크리스투 헤이(Cristo Rei)'를 세운 것이다. 82m기단에 28m의 예수상이 코르코바두 예수상처럼 두팔을 벌린 채 리스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해발 710m의 코르코바두산 정상에 서있는 예수상 (사진=이상홍)

◇ 거대한 요새같은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은 유럽에서 보던 고딕식 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과 전혀 다른 외관을 지녔다. 68m 원추형 모양으로 마치 거대한 요새처럼 보였다. 피라미드같기도 하고, 흉물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이 시멘트 건축물은 잉카시대 원주민의 제단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외벽에 붙은 벌집모양의 창을 통해 자연채광, 자연통풍, 자연음향을 구현했다고 한다. 천정의 거대한 십자가와 그 십자가의 4개 끝에서 성당 벽을 타고 아래로 장식된 스테인글래스가 눈길을 끌었다. 독특한 구조와 높이, 압도될 만큼 신비스럽고 화려한 스테인글래스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천정에서 줄을 내려 매달아둔 목재 예수님 상아래 제단이 꾸며져 있는 이 대성당은 1976년에 문을 열었으며 2만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십자가 모양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대성당의 스테인글래스 (사진=이상홍)

◇ 23년만에 완성된 라파두의 '셀라론 계단' 

라파두의 셀라론 계단은 50여개국을 떠돌던 칠레 예술가 셀라론이 리우에 정착하면서 1990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2013년에 완성했다. 215개 계단에 타일을 붙이는데 무려 23년이나 걸린 사연이 있다.

리우 빈민촌에 살게 된 셀라론은 당시 범죄소굴로 인식됐던 파벨라 계단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는 빈민가에 다 허물어져 가는 계단에 버러진 타일을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한계에 봉착했다. 타일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런 사연이 여행객들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타일을 보냈다. 그렇게 완성된 계단이었다. 

계단에 붙여진 타일은 2000장이 넘는다고 한다. 붉은 바탕에 각기 다른 문양의 타일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놓은 모양이 독특했다. 화가 셀라론은 칠레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랑, 평화, 소망을 이 작품에 담았다. 한국에서 보낸 타일도 있다. 브라질 월드컵 개최 기념 장식 앞에서 인증샷을 남겨도 좋겠지만, 태극기 타일을 찾아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의미있으리라.

사진으로 남기면 더 아름다운 이 명소는 리우를 방문하면 꼭 가보라고 추전하고 싶다. 다만 빈민가에 자리하고 있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셀라론 계단까지 가는 길 양쪽에 빼곡한 벽화들, 잡상인 그리고 골목마다 마주치는 느낌이 좋지않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은 휴대폰은 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고, 빠른 걸음으로 조심조심 지나가시길 권한다.

▲칠레 예술가 셀라론이 타일 2000여개를 붙여서 장식해놓은 계단 (사진=이상홍)


글/ 이상홍
(현)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여행작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숲 해설가
(전)정보통신기확평가원 원장/  KT파워텔 대표/  KT 종합기술원 부원장/  KT 중앙연구소장
 저서=까미노, 꽃중년이 걸은 꽃길, 꽃의 향기 소통의 향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