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인터뷰] 윤은주 교수 "지역발전의 열쇠...컨벤션센터에 달렸다"

컨벤션센터는 건립하면서 전문인력은 양성안해
국제행사 개최순위 1~2위 꼽히던 韓 8위권 밀려
김나윤 기자 2024-03-07 09:00:03
▲윤은주 한림국제대학원 컨벤션이벤트경영학과 교수 ©micetoday

"예산 낭비일 수도 있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컨벤션센터가 지역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이예요."

최근 우후죽순 건립되는 지역 컨벤션센터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가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윤은주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전국에서 지자체들의 컨벤션센터 건립 경쟁에 불이 붙었다. 새로 세우는 센터만 총 6곳이다. 청주에서는 '청주오스코'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중이고, 천안에서는 '충남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전주에서도 컨벤션센터 건립을 두고 논의중이다. 고양 킨텍스(KINTEX)와 벡스코(BEXCO), DJ센터도 증축 예정에 있다. 

지자체들이 컨벤션센터 건립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함이다. 인구 감소와 맞물려 지역소멸이 큰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컨벤션센터에 각종 전시행사를 유치해 외래객 유입을 늘리면 지역경제 특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컨벤션센터를 세우는 것도 컨벤션센터가 지역을 되살릴 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코엑스, 킨텍스 등 일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컨벤션센터는 부진한 가동률에 적자가 이어지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지역 컨벤션센터가 지역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마이스투데이는 창간을 맞아 한림국제대학원 컨벤션이벤트경영학과 학과장인 윤은주 교수를 만나 그 답을 들어봤다.


◇ "전문성 갖춘 컨벤션뷰로가 없다"

윤은주 교수는 "마이스 비즈니스는 네트워킹 행사"라고 정의했다. 즉 사람 대 사람의 끝없는 연결, 네트워킹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컨벤션센터의 부흥에는 공간뿐만 아니라 센터에 상주하는 직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윤 교수는 짚었다. 센터 직원들이 비즈니스 회의를 창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민간지분이 들어간 관광진흥기구인 컨벤션뷰로(CVB, Convention & Visitors Bureau)가 이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공공기관이 세우는 컨벤션센터와 달리 컨벤션뷰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공동투자로 세워져 독립적인 조직이었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설립된 지방관광공사들이 컨벤션뷰로 조직을 흡수하면서 뷰로마저 공기업화됐다. 관광공사는 공기업 특성상 인사이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순환보직를 실시하다보니,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업무의 연속성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네트워킹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인데 컨벤션뷰로 담당자가 계속 바뀌니 네트워킹 분절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컨벤션업체는 후발주자일수록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요구되지만, 센터가 재단법인·공사화되면서 비전문가의 개입이 늘었다는 지적이다. 

공기업 구조상 전문가 양성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 기관장마저 계속 바뀌고 있어, 업계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윤 교수는 토로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지사, 시장, 기관장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뜻이 맞아야 하지만 컨벤션센터가 지역소멸을 방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는 마이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영향도 있다. '마이스(MICE)'는 Meetings(회의), Incentives Travel(포상여행), Conventions(컨벤션), Exhibitions/Events(전시/이벤트)의 약자다. 하지만 정작 마이스의 의미와 의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어조차 생소하게 느낀다. 심지어 업계 종사자마저 자신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최근들어 마이스라는 용어 대신 '비즈니스 이벤트'라고 명명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벤트'라는 용어를 포괄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마이스 산업을 적확하게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마이스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탓일까? 국제협회연합(UIA) 개최순위 1, 2위를 유지하던 한국은 2022년 8위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에도 한국은 세계 4위를 유지했다. 순위 추락에 대해 윤 교수는 "국제적인 네트워킹이 끊긴 탓"이라고 단언하면서 "국제행사를 한국에 유치시킬만큼 네트워킹을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 줄었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광공사들이 컨벤션뷰로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뷰로의 경쟁성을 제고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컨벤션센터와 지역관광 인프라 함께 구축돼야"

윤은주 교수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래객들이 서울 외 지역에 머무르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비즈니스 이벤트 레거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컨벤션센터에 지역을 알릴 수 있는 행사 등을 많이 유치하면 지역상생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컨벤션센터와 더불어 접근성, 숙박, 관광 등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이미 해외에서는 컨벤션센터에 대형 전시회뿐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행사도 많이 유치되고 있다. 가령 스페인에서는 시민들의 물담배 수요가 많은 점을 이용해 지역컨벤션센터에 물담배 관련 전시회를 다수 개최하고 있다. 이 덕분에 퇴근 시간이 가까운 오후 5시에 전시장에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윤 교수는 전했다.

로컬비즈니스의 가장 좋은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역대학, 지역기업 등 지역 내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최소 2017년도부터 로컬비즈니스를 준비해온 일본은 현재 전세계에서 도쿄, 오사카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들도 방문하는 로컬 관광명소가 됐다. 호주에서도 지역별 행사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 대구에서 에너지 관련 인프라를 육성하고 행사를 다수 유치하며 해외 에너지 업계에도 에너지 네트워킹의 중심은 대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렇게 지역 영향력이 커지면 '스몰 미팅'을 포함해 사람간 교류가 증가한다. 이것이 마이스의 시작이라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마이스는 작은 미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