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인터뷰] 윤유식 교수 "마이스 전담인력 있어야...지역 방문자 20배 차이"

마이스는 도시발전의 근간...지자체들 인식 부족
마이스산업 축소한 지자체 지역경제 직격타 맞아
조인준 기자 2024-03-28 08:00:03
▲윤유식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micetoday

"전문적인 마이스(MICE) 조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지역 방문자수가 2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마이스 산업을 단순히 행사나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볼 게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을 활성화시키는 '도시산업'으로 인식해야만 한다."

윤유식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현재 지역 마이스 전담조직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지자체별로 마이스 산업을 전면에 내걸고 있으면서 정작 전담조직은 해체하거나 다른 조직과 통합하면서 10년 넘게 한우물을 팠던 전문인력들이 대부분 이직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최근들어 행사에 참가한 방문객들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못한 채 지역축제나 국제행사를 없애버리는 지자체들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마이스 산업이 도시발전의 근간인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그만큼 마이스에 대한 지자체들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역에서 마이스 전담인력이 계속 해체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어 윤 교수는 "지자체가 마이스 산업의 파급력을 한눈에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선 '마이스 레거시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스 레거시'는 마이스 산업이 가져다주는 수익성 외에 지역발전, 산업활성화, 비즈니스 기회창출, 관광경쟁력 등 전후방 산업효과의 가치를 뜻한다. 지자체 단위에서 마이스 산업을 계량화해서 산업효과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드맵을 수립해야 지역 마이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 라스베이거스는 1500명, 서울은 5명⋅⋅⋅"게임이 안되죠"

20년 넘게 마이스 산업에 대해 연구해온 윤유식 교수는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경희MICE창조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1800여명이 넘는 인재를 배출해낸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취업에 성공한 제자들의 70%가 마이스·관광업계에 종사했다"면서 "지금도 웬만한 곳에는 제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래서일까. 윤 교수는 마이스 산업 발전에서 특히 '전문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전국 곳곳에 컨벤션센터가 건립되는 등 전시 인프라는 계속 확충되고 있는데 전시를 기획하고 유치하는 전문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에 건립돼 있는 컨벤션센터는 15곳에 이르지만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컨벤션센터들은 연간 수십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기껏 건립한 컨벤션센터가 세금만 낭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윤유식 교수는 "전시인프라만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획력이나 운영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표적인 마이스 도시인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컨벤션뷰로 직원만 1500명이 넘는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 뷰로 직원은 5명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을 제외한 자자체의 마이스 인력은 고작 2~3명에 불과하다.

결국 마이스 산업 경쟁력은 사람을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모인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에 성패가 달렸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경주는 국내 최고의 역사관광지이지만 수많은 방문객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면서 "반면 여수와 강릉은 외래 관광객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1만실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차이가 지역경제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동네에 손님이 500명만 와도 잔치를 하려면 수십명이 필요한데, 지역을 방문하는 그 많은 관광객들을 고작 2명이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 "마이스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

윤유식 교수는 "마이스 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단언했다. 윤 교수의 연구결과, 마이스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방문자수는 20~30배 정도 차이가 났다. 벡스코가 있는 부산의 경우는 2010년에 비해 2019년 3~4성급 호텔이 6배 증가했고, 킨텍스와 수원컨벤션센터 등이 있는 경기도의 외래 방문객수는 40배 증가했다. 

여수도 대표적인 마이스 특화정책의 성공사례다. 여수시는 지난해 1400여건의 행사를 유치해 58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해내면서 '남해안 마이스 거점도시'로 자리를 굳혔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규모 숙박시설과 중소규모 전시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에서 행사를 개최하면 2500만원씩 지원해주는 것도 주효했다. 윤 교수는 "여수는 크고작은 마이스 행사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방문객들이 증가했다"면서 "1만8000실이 넘는 숙박시설이 90% 이상 들어찰 정도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여수시는 엑스포공원 안에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다.

반대로 마이스 산업을 홀대해서 지역 방문객을 감소시킨 지자체도 있다. 대전시에서 11년간 개최한 '푸드&와인페스티벌'은 해외에서 60~80여곳의 와인 생산업체들이 참가하고,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1만여명이 찾아온다. 한때 30~40만명씩 몰려든 축제였는데 예산이 축소되고 축제형식이 바뀌면서 2022년 방문객은 8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존폐위기에 내몰렸던 축제는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게 됐지만 마이스 산업을 '관광객 유치용 행사'로만 바라본 결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구도 상황이 비슷하다. 대구는 지난 20년동안 세계가스총회, 세계물포럼, 세계뇌신경과학회 등 크고작은 733건의 국제행사를 개최해왔다. 이로 인한 경제효과는 연간 1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전시컨벤션 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고, 조직까지 통폐합하면서 그동안의 경제효과가 물거품이 될 판이다. 윤 교수는 "대구는 행사개최 건수가 절반이 줄면서 방문객수도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방문객수가 줄어든만큼 지역경제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유식 교수는 "대전이나 대구를 관광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해서 관광까지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자체의 선택에 따라 마이스 산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지자체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마이스 산업에 접근해야 한다"면서 "마이스 산업이 가진 파급력을 이해하고 이를 비즈니스 차원으로 접근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