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박람회 유치할 대규모 전시장 마련해야
부처별 산재된 법...하나로 통합한 '총괄법' 시급
김나윤 기자2024-03-04 09:59:58
"우리나라는 CES처럼 규모가 큰 대형 박람회를 개최할 공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글로벌 박람회를 유치할 수 있겠습니까?"
현재 500여개 회원사를 두고 있는 한국MICE협회 신현대 회장(엑스포럼 대표)은 우리나라에 초대형 박람회가 왜 개최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미국이나 중국, 독일에는 25만㎡ 이상의 초대형 전시장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가장 큰 전시장인 일산의 킨텍스가 겨우 10만㎡를 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동률이 가장 높은 서울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 전시장은 3만6000㎡ 규모로, 해외 대형 전시장의 20% 수준에 불과한 지경이다.
신 회장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박람회인 CES 입장객은 13만5000명 정도인데 한국인 입장객이 무려 1만5000명이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쏟아부은 돈은 어림잡아도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는 전시회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마이스(MICE)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족, 전시인프라 부족 등으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부족하다고 신 회장은 안타까워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도 관광객 유치의 마중물로 마이스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컨벤션센터의 가동률은 부진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이에 신 회장은 "지역별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마이스투데이가 창간을 맞아 국내 마이스 산업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은 무엇인지 신현대 회장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 "국내는 전시인프라 너무 열악...확충 시급해" 신 회장은 국내 마이스산업이 발전하려면 우선 전시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서울 잠실에 코엑스의 2.5배 규모의 컨벤션센터가 건립될 예정인데, 이 시설이 들어서더라도 미국이나 중국의 대형 전시장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20만㎡ 이상의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다"며 "중국 상하이 푸동에는 20만㎡의 전시장이 있는데 50㎡ 규모의 전시장을 또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프로그램 및 관광객 유치는 컨벤션센터를 마련하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초대형 전시장 부족에 앞서 마이스업계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인적자원 부족'이라고 신 회장은 꼽았다. 경희대, 한양대 등 마이스관련 커리큘럼이 잘 조성돼 있는 대학의 전시컨벤션 및 관광학부 지원자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그 원인으로 "업무 특성상 몸을 쓰는 일이 많다보니 워라벨을 원하는 젊은층이 선호하지 않는 것"이라며 "여기에 마이스 산업에 대한 저조한 인식도 낮은 지원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신 회장은 젊은 세대를 상대로 마이스 산업의 이미지 개선 및 고급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인 대안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해외 구인구직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또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회원사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조력해나갈 계획이다.
◇ "산재된 법제도...마이스 총괄법 제정돼야" 국내 마이스 산업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마이스 산업을 총괄하는 법이 없다. 전시산업발전법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고 있고, 관광진흥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다. 마이스 산업의 한 축인 이벤트를 관장하는 법은 아예 없다.
이에 신 회장은 "마이스 산업은 전시, 박람, 이벤트, 컨벤션, 국제회의, 관광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산업인데 우리나라는 업종별 관할부처가 제각기 다르다"면서, 마이스 개념을 정의하고, 산업의 범위를 규정하는 '총괄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래야만 어느 한 측면에서만 마이스 산업을 이해하지 않고 전체를 유기적으로 아우르면서 발전방향을 수립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어 신 회장은 "지자체들도 앞다퉈 마이스 관련 조례를 만들고 있는데 정작 중앙부처에서 통일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또다른 문제로 마이스 전담기구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대부분의 관광공사는 마이스실이 있다. 그러나 관광부처에서 마이스 산업도 도맡고 있다보니 마이스를 비즈니스가 아닌 관광산업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마이스는 비즈니스를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산업이다"면서 "비즈니스가 중심이 되면 관광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국내 전시업계 종사자는 7만명, 인센티브 관광까지 합치면 마이스 종사자는 약 20만명에 달하고 시장규모는 2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시장규모가 종사자 측면에서 결코 작은 규모의 산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이스 산업은 그 가치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협회 차원에서 마이스 산업의 계량화를 추진하고 있다.
◇ "대세는 ESG...마이스 발전방안은" 신 회장은 "협회는 앞으로 지역별 고충을 파악해 해소하는데 노력하고, 마이스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한편 업계 생태계를 살리는 일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글로벌 협회·단체와 손잡고 신입과 재직자, CEO를 대상으로 한 업종별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들의 복리·복지를 증진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분야별 협회 로드맵·비전도 준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신 회장은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KOREA MICE EXPO)를 한국의 글로벌 행사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매년 11월 개최되는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는 20년간 문체부가 운영하다 지난해 민간으로 이양됐다. 신 회장은 "내년부터 마이스 엑스포를 ICCA(국제회의 컨벤션협회) 총회 시기에 맞춰 코엑스에서 개최할 계획이며 현재 수익창출 구조를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신 회장은 앞으로 뜰 분야로 'ESG·지속가능성'을 꼽았다. 신 회장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연계 전시에 MZ세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협회에서는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미래지향적인 전시 발굴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