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 여행노트] 웅장한 '이과수 폭포' 속살까지 느끼다

[이상홍의 남미여행기④] 이과수 육해공 투어
마이스투데이 2024-08-12 08:00:02
남미는 빼어난 자연경관뿐 아니라 서구의 침략으로 시작된 역사의 흔적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한달 가까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등 5개국을 여행한 기록을 20편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태고의 자연경관, 역사, 그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음가는대로 담았다. 남미를 다녀온 분들에게는 추억 돌아보기로, 여행을 계획중인 분에게는 사전정보로, 남미라는 외딴동네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헬기에서 본 '이과수 폭포' 270여개의 크고 작은 폭포 물줄기가 떨어지며 장관을 이룬다. (사진=이상홍)

<3편 [꽃중년 여행노트] '소매치기' 걱정, 일단 접어두자>에서 이어집니다.


남미여행에서 빠트릴 수 없는 여행지로 이과수 폭포, 파타고니아, 우유니 사막 그리고 마추픽추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경이로운 자연유산인 '이과수 폭포'를 돌아봤다.

'이과수(Iguazu)' 명칭은 폭포 이름이기도 하지만 강과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 '이과수'는 이 지역 원주민인 과라니족의 말로 '큰 물' 또는 '위대한 물'이라는 의미다. 270여개의 크고 작은 폭포로 이루어진 이과수 폭포는 수량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열대 밀림과 어루어져 만들어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매년 100만명이 넘게 찾는 이 위대한 폭포는 원래 파라과이 영토였지만 지금은 브라질 영토가 20%이고 나머지 80%는 아르헨티나가 차지하고 있다. 파라과이는 지상 최고의 관광자원을 빼앗긴 것이다.

이과수 폭포는 북미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손꼽힌다. 나이아가라는 유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폭포이고, 빅토리아는 높이가 90m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다. 이에 비해 이과수 폭포는 높이는 빅토리아보다 20m 모자라고, 유량은 나이아가라 폭포의 3분의 2 수준이지만, 폭포의 폭이 2.7km로 가장 넓다. 미국의 32대 대통령 F 루즈벨트가 영부인과 함께 이과수 폭포를 관광했는데 루즈벨트 부인이 이과수 폭포의 장대함에 놀라서 '아 불쌍한 나이아가라여!(Poor Niagara!)'라는 말을 남겼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브라질은 '포스 두 이과수'(Foz do Iguaçu)'라는 국립공원을 만들어 이과수 폭포를 관리하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ú)'라는 국립공원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육해공 군사력(?)을 총동원해서 이과수 폭포의 웅장함을 만끽했다.

◇ 공중에서 본 이과수 폭포

리우 공항에서 이과수 폭포가 있는 브라질 이과수 공항(GIG)까지 비행기로 약 2시간 20분이 걸린다. 우리는 이과수 폭포의 장대함을 하늘에서 먼저 보기로 하고 공항에서 30분 떨어진 헬기장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다. 5명씩 탑승할 수 있는 헬기에 올라타니, 프로펠러의 요란한 굉음이 고막을 뚫고 들어왔다. 때마침 바람도 강해서 살짝 겁이 났지만 헬기가 우거진 밀림 위로 날아오르니 내 마음도 붕 떴다. 조금 있으니, 빽빽한 밀림 사이로 드넓게 흐르는 강이 눈에 들어왔다. 이과수 강이다.

넓게 흐르던 강은 끄트머리에서 한순간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엄청난 물보라와 굉음이 일어났다. 바로 이과수 폭포였다. 밀림 곳곳에서 흐르던 물길들이 길게 늘어서서 떨어지고, 다시 모인 물줄기는 또 다른 폭포를 만들며 떨어졌다. 폭포 근처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데크길, 그 위에 늘어선 사람들도 보였다.

헬기투어는 10분만에 끝났다. 조금 아쉬웠다. 눈 아래 펼쳐진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만 하다가 10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알려진 아르헨티나 이과수, 그리고 브라질 이과수 폭포의 전체적인 모습을 봤던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아르헨티나에서 본 이과수 폭포

이과수 폭포를 하늘에서 봤으니, 이제 땅에서도 감상해야 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전용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 국립공원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ú)'로 향했다. 폭포 아래쪽을 돌면서 폭포를 올려다보며 즐기는 '로우 트레일' 그리고 폭포 위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경관을 즐기는 '어퍼 트레일'을 오전 내내 돌면서 이과수 폭포를 감상했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물길을 눈에 담는 것도 멋지지만, 밀림 사이, 물길 사이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데크길을 오르내리는 것도 즐길만 했다. 숲속에 핀 열대 야생화를 휴대폰에 담는 일도 좋았다. 돌아오는 길은 창 없이 오픈된 저속의 관광 트램으로 즐겼다.

어퍼 트레일 위쪽에 아르헨티나 이과수에서 가장 자랑하는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트레일 코스가 있는데 이곳을 돌아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직벽으로 떨어지는 엄청난 폭포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게 폭포 바로 앞까지 데크길을 만들어 두었지만 지난해 가을 폭우로 이 데크길이 유실됐고 아직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던 것이다. '악마의 목구멍' 바로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최고로 알려져 있는데 헬기로 본 것에 만족해야 했다. 

▲로우 트레일에서 본 아르헨티나쪽 '이과수 폭포' (사진=이상홍)


◇ 브라질에서 본 이과수 폭포

'이과수 폭포' 둘러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인 '포스 두 이과수'(Foz do Foz do Iguaçu)로 향했다.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 투어지역은 아르헨티나보다 넓지 않았다. 경사로가 거의 없는 산책길 곳곳에 전망대를 설치해놓고 이과수 폭포를 감상하도록 해뒀다. 오전보다 더 파랗게 갠 하늘 덕분에 대자연의 경관이 더 멋지게 보였다.

산책로는 거대한 폭포 끝쪽으로 길게 만들어진 데크길이 이어진다. 이 데크의 끝이 악마의 목구멍에서 떨어지는 폭포 아래쪽에 설치된 전망대다. 폭포에서 날아온 포말로 젖은 바닥은 살짝 미끄럽다. 조심조심 걸으며 엄청난 폭포를 만끽했다. 몸은 이미 다 젖었다. 눈에는 길게 늘어진 절벽 아래로 하얗게 떨어지는 물길이 가득차고, 귀에는 엄청난 굉음이 울리고, 얼굴에는 부서져 날아오는 포말이 연신 부딪힌다. 폭포와 가장 가까워진 것이다.

폭포로 떨어진 물은 데크 옆 돌 틈을 지나며 포말을 만들고 그 위로 멋진 무지개가 만들어졌다. 아르헨티나에서 악마의 목구멍 바로 위에 설치된 전망대를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 데크길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과수 폭포'가 최고였다.

▲악마의 목구멍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무지개를 만들었다. (사진=이상홍)


◇ 보트를 타고 들어가 본 폭포의 속살

이과수 폭포를 하늘에서 감상하고 데크길을 따라 폭포를 즐겨봤으니, 이번에는 보트를 타고 폭포 속으로 들어가 이과수의 속살을 맛볼 차례다. 전용버스를 타고 근처의 마쿠코(Macuco) 사파리로 향했다. 마쿠코는 이 지역에 사는 토종새라고 한다. 사파리라는 이름이 붙은 걸로 보아 이 지역 밀림의 유명한 동식물이 많을 듯하다. 전기자동차가 끄는 트레일러에 몸을 실었다. 밀림 가운데로 달리는 동안 특별한 동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좁은 숲길에 이르자, 다시 지프차로 갈아타고 선착장에 도착했다.

비닐 비옷 위에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를 탑승했다. 휴대폰은 별도로 지급된 방수팩에 넣었다. 보트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길을 가로질렀다. 보트는 악마의 목구멍까지 가지 않고 근처 폭포 아래를 수차례 들락날락했다. 그때마다 물벼락을 맞았다. 방수팩으로 싸맨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흔들리는 보트, 물벼락 세례에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브라질쪽 전망대에서 본 이과수 폭포(좌)와 폭포 속으로 들어가는 보트 투어 (사진=이상홍)

폭포를 가까이서 느껴보니 확실히 달랐다. 엄청난 물줄기와 굉음. 30여분간 소리 지르다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비옷을 입었지만 의미가 없다. 속옷까지 완전히 다 젖었다. 방수팩으로 꽁꽁 싸맨 휴대폰도 카메라 렌즈까지 물기에 젖었다. 물기가 다 마르는 며칠동안 휴대폰으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눈과 귀 그리고 몸으로 확인한 이과수 폭포의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헬기로, 걸어서, 그리고 보트로 속살까지 확인한 이과수 폭포의 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눈앞에 수많은 폭포가 옆으로 길게 이어지며, 그리고 다단계로 연결되며 펼쳐지는 대자연의 파노라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폭포들이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에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루즈벨트 영부인이 왜 'poor Niagara!'라고 탄식했는지 이해가 갔다.

이과수 폭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라는 곡이다. 이 비경을 영화인들이 놓칠 리가 없다. 인디아나 존스, 해피투게더, 미션 등의 촬영지였다. 이 중 1986년 개봉해 널리 알려진 영화 '미션'(The Mission)은 이 지역에 사는 과라니족들과 선교사와의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폭포를 거슬러 올라간 선교사가 험악한 분장에 무기를 들고 나타난 원주민들에 둘려쌓여 있으면서도 오보에로 이 영화의 OST를 연주하는 명장면이 있다. 신의 목소리같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선율에 원주민도 감동해 무기를 내려놓는다. 

이 영화의 주제곡은 '가브리엘의 오브에'는 영화음악의 거장 이탈리아 작곡가 엔리오 모리코네가 작곡했는데, 원래 가사가 없는 곡이었다. 영화가 나온 후 10년도 더 지난 1998년 키아라 페라우가 가사를 붙이고, 영국의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르면서 불후의 명곡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가 탄생했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평화로운 가사는 '환상속으로'라는 노래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린다. 세계 유명가수나 성악가들이 앞다퉈 부르고, 광고 OST로도 사용되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웅장하고 원초적인 대자연으로 부족함이 없는 '이과수 폭포'와 참 잘 어울리는 선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미션'에서 이과수 폭포 위에서 원주민에 둘러싸인 채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연주하는 선교사 (사진=영화 미션(1086)의 한 장면)



글/ 이상홍
(현)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여행작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숲 해설가
(전)정보통신기확평가원 원장/  KT파워텔 대표/  KT 종합기술원 부원장/  KT 중앙연구소장
 저서=까미노, 꽃중년이 걸은 꽃길, 꽃의 향기 소통의 향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