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 하는 컨벤션뷰로...어떻게 도시를 키웠나

찬밥 취급 당하는 지역컨벤션뷰로
관광객 유치 아닌 산업적 관점 필요
김나윤 기자 2024-05-10 15:26:03
©micetoday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마이스(MICE) 산업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이스 산업을 주도해나갈 첨병 역할을 하는 컨벤션뷰로 조직은 해체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이스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시를 단순히 관광지가 아닌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 좋은 지역으로 브랜딩하고 홍보하려면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손발을 다 자르고 있다는 것이다. 

컨벤션뷰로는 국제회의 유치·지원을 전담하는 마이스 조직으로서 마이스 도시, 나아가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행사 유치 경쟁부터 경제효과 창출까지 '일당백'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마이스에 대한 지자체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에서처럼 우리나라도 마이스의 경제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경제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 마이스기구인 EIC(Event Industry Council)는 공급자, 소비자의 직접 지출, 행사 자체 비용 및 공급망의 직접 지출을 포함해 '비즈니스 이벤트 산업의 경제적 중요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마이스 불모지에서 마이스 중심도시로 발전하며 지역경제를 되살린 컨벤션뷰로들을 짚어봤다.


◇ 年 500억 경제효과...대구컨벤션뷰로

지난 2003년 4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대구컨벤션뷰로는 "10명 남짓한 구성원들이 20년 넘게 오로지 대구만을 위해 일해온 조직"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지역의 국제화와 산업발전에 매진했다.

대구컨벤션뷰로는 지금까지 720여건이 넘는 국제회의를 개최해왔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해외 유수의 도시들과 경합한 끝에 세계에너지총회, 세계물포럼, 세계가스총회, 세계뇌신경과학총회, 아시아컴퓨터그래픽스총회 등을 유치했다. 이는 물산업클러스터 유치, 에너지 정책수립, 뇌과학 연구선도, 정보통신기술(ICT) 프로젝트 개발 및 엑스코 확장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제1회 세계솔라시티총회'를 개최한 주역도 대구컨벤션뷰로였다. 솔라시티총회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전세계 솔라시티 회원도시들이 모여 협력을 도모한 최초의 글로벌 행사다. 이를 계기로 국제기구인 세계솔라시티총회 본부가 대구에 유치됐으며, 2013년 '22차 세계에너지총회' 및 '세계물포럼', 2015년 '세계태양에너지학회 학술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들을 유치하는데도 성공했다.

특히 세계에너지총회는 대구가 글로벌 에너지 도시로 부상하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에너지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세계에너지총회는 세계적 권위를 지닌 국제회의로, 대구 뷰로는 지난 2008년 덴마크 코펜하겐과 남아공 더반과의 경쟁끝에 대구 유치를 성공했다. 

이후 대구 세계에너지총회는 역대 최대 참가규모를 기록하고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인 아람코, 로열더치셸, 가스프롬 등의 CEO가 참가하는 등 큰 주목을 받으며 에너지총회 역사상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뷰로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만 5000여억원에 이른다.

대구컨벤션뷰로는 운영비와 사업비 등 한해 20억원으로 매년 5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유식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이들이 유치하는 행사의 가치는 행사당 매년 500억~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김성태 대구컨벤션뷰로 사무국장은 "2023년 경제효과는 423억원으로 산출됐다"며 "운영비·사업비 등 투입된 비용을 제외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밝혔다. 간접 소비효과까지 더하면 컨벤션뷰로가 지역에 일으키는 경제효과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전국적으로도 대구컨벤션뷰로는 철탑산업훈장,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유일한 컨벤션뷰로이며, 각종 사업계획 평가에서도 전국 1·2위를 유지하는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지속가능한 도시'로 차별화...고양컨벤션뷰로

지난 2005년 고양컨벤션뷰로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고양시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않았다. 그저 신도시쯤으로 여겨졌다. 이에 고양컨벤션뷰로는 서울과 인천 등 인근 광역도시와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강점으로 '지속가능성'을 채택하고 '지속가능한 글로벌 마이스 수도'라는 도시 브랜드를 설정하고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고양컨벤션뷰로는 국내 뷰로 가운데 글로벌 활동역량이 가장 크다고 평가받는 도시마케팅조직(DMO)으로 성장했다. 마이스 육성센터 운영, 지속가능경영 도입, 중장년운영요원 제도 등 국내 뷰로 최초로 도입한 것이 많다. 특히 고양시를 지속가능한 마이스 도시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중장년 인력 육성은 여타 기관에서 청년을 위주로 인력을 육성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고양의 도시환경도 '살기좋은 도시'로 도시 브랜딩하는데 성공했다. 고양컨벤션뷰로는 2017년 국내 최초로 GDSI(글로벌 데스티네이션 지속가능성 평가지표)에 가입해 매년 환경, 사회, 마이스 인프라, DMO 부문에서 지속가능성 실천 정도를 평가받고 있다. 

특히 도·농이 합쳐진 신도시인 고양은 녹지 면적, 자전거도로, 교통 혼잡도, 쓰레기 재활용률, 매립률 등 측면에서 환경지수를 2023년 기준 83%까지 충족했다. 사회 측면에서는 여성정치인을 다수 배출했으며 수준 높은 시민사회단체도 많이 활동 중이다.

고양컨벤션뷰로에서만 8년째 근무하며 지속가능한 마이스 발전에 힘써온 이상열 사무국장은 도시의 부족한 마이스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이 컨벤션뷰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양 컨벤션뷰로에서는 행사 매뉴얼 제작, 주최자 지원, 시민참여 캠페인, 신학관 협력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핵심 성과 지표(KPI)를 만들어 자체 모니터링 및 개선 노력도 하고 있다.

고양컨벤션뷰로는 지난해 GDSI 지속가능성 지표에서 아시아·태평양 연속 1위, 세계 14위를 기록했다. 또 고양컨벤션뷰로와 소노캄 고양은 국제표준인증 ISO20121(이벤트 지속가능성 경영관리 시스템)을 취득해 마이스 도시로서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했다.
 
고양시는 2017년 대한민국 최초로 ‘글로벌 지속가능성 도시협의체(GDSM: Global Destination Sustainability Movement)’에 가입했다. 또 지난해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지표(GDS-I: Global Destination Sustainability Index) 아시아 태평양 지역 1위, 전 세계 14위를 달성한 바 있다. 최근 영국 언론사 BBC에서는 이같은 노력을 높게 평가하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뛰어난 5개 도시’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이스를 지역산업으로 육성하는 데는 오랜시간이 걸린다고 이상열 사무국장은 강조했다. 그런데 지역육성 사업이 한창 활발해야 할 단계에서 고양컨벤션뷰로는 해체기로에 놓여있다. 


◇ 마이스가 살린 도시...대전관광공사

'과학도시'로 알려진 대전. 그 뒤에는 수많은 과학행사를 유치하며 대전을 과학도시로 브랜딩해온 대전관광공사 마이스뷰로팀이 있다.

대전관광공사는 컨벤션뷰로가 공기관에 통합된 후에도 그 기능을 유지한 사례다. 지난 2006년 설립된 대전컨벤션뷰로는 2011년 대전관광공사 마이스뷰로팀에 흡수됐지만 컨벤션뷰로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전을 마이스 도시로 육성하는데 이바지했다. 그 결과 대전은 국제회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마이스뷰로팀은 많은 국제행사를 유치시키고자 '대전컨벤션대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활동이 활발한 연구자들을 컨벤션대사로 위촉해 이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는 일이다. 2년마다 컨벤션대사를 위촉하고 있는데 올초에 8기까지 위촉됐다.

또 국제회의 유치뿐만 아니라 대전·충청마이스얼라이언스, 대학생 마이스 인력 양성사업인 마이스크루, 유니크베뉴 등 마이스 기반사업도 동시에 추진하며 대전 마이스 기반을 다지고 있다.

대전은 캐릭터 IP를 활용한 마이스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대전관광공사는 1993년도 개최됐던 대전 엑스포의 마스코트 '꿈돌이'를 이용해 도시 브랜딩을 추진하고 있다. 꿈돌이는 최근 꿈순이와 더불어 '꿈씨 패밀리'로 확장하며 인기를 일으키고 있는 캐릭터다. 마이스뷰로팀은 꿈씨 패밀리를 유치 마케팅뿐만 아니라 공사 브랜드 사업 및 대전 홍보에도 활용하고 있다.

한희정 대전관광공사 마이스뷰로팀장은 컨벤션뷰로 본연의 역할인 국제회의 유치에 집중하며 과학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유치 마케팅 및 도시 브랜딩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스를 개최하기 좋은 도시 대전'에 초점을 두고 대덕연구단지나 카이스트 등 국제활동이 활발한 연구조직을 대상으로 유치 마케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팀장은 2008년도 대전컨벤션뷰로 시절 두바이에서 5개국이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세계조리사대회'를 유치하고 2012년도에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추억을 전했다. 당시 대회는 가장 많은 인원의 쉐프가 모인 행사로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최근 2022년에는 한국·중국·일본 3개국 간의 경쟁 끝에 2026년도 개최 예정인 '세계 태양광학회 총회' 유치에 성공했다고 한 팀장은 밝혔다. 한 팀장은 "특히 태양광 선진국인 일본을 제치고 한국에 유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열정으로 협력한 결과 유치하게 되어 순조롭게 준비 중"이라며 "성공적으로 잘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