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 여행노트] '슈하스코' 즐기고 '탱고'에 취하다

[이상홍의 남미여행기⑥] 브라질의 마지막날
마이스투데이 2024-08-26 08:01:02

남미는 빼어난 자연경관뿐 아니라 서구의 침략으로 시작된 역사의 흔적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한달 가까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등 5개국을 여행한 기록을 20편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태고의 자연경관, 역사, 그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음가는대로 담았다. 남미를 다녀온 분들에게는 추억 돌아보기로, 여행을 계획중인 분에게는 사전정보로, 남미라는 외딴동네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브라질 전통 바비큐 '슈하스코'에서는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제공된다. (사진=이상홍) 

<5편 [꽃중년 여행노트] 브라질의 국조 '투칸' 야생에서 만났다>에서 이어집니다.


이틀에 걸친 브라질 여행의 마지막날 저녁, 우리는 호텔 근처 '라파인'(Rafain) 전통식당에 갔다. 이 식당은 전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한 곳이다. '슈하스코'라는 브라질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식사 후 1시간 넘게 이어지는 공연 때문에 더 유명하다. 라파인에서 하는 '추라스카리아 쇼(Churrascaria Show)'에서는 멕시코 등 중남미 8개국의 전통 민속공연을 볼 수 있다.

◇ 브라질 전통음식 '슈하스코'

여행에서 챙겨야 하는 중요한 일이자 즐거움 중에 하나는 그 지역 전통음식이나 먹거리를 즐기는 일이다. 일단 남미 지역은 따뜻한 날씨와 넉넉한 자연환경 때문에 과일이 풍성하다. 거의 매일 호텔에서 조식 뷔페를 먹었는데, 그때마다 가장 편안하게 즐겼던 먹거리가 식사 후 먹은 과일이었다. 서울에서 먹던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키위, 수박, 멜론, 사과, 바나나를 비롯해서 망고와 파파야, 구아바, 파인애플, 아보카도 등 원하는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개구리 알같은 내용물이 든 패션 플루츠는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과일 외에 브라질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음식은 브라질식 바비큐인 '슈하스코'(Churrasco)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리우에서 둘째날 저녁에 코타카바나 해변 근처 식당에서, 그리고 이과수에 도착한 날 저녁 식사를 모두 슈하스코 전문식당에서 했다. 

슈하스코는 기다란 꼬챙이에 끼운 고기를 숯불에 굽는 요리다. 조리사가 테이블에 와서 고기를 직접 잘라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무한리필이므로, 쇠고기와 닭, 돼지고기, 양고기 부위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개인접시 앞에 적색과 녹색이 양면에 칠해진 큼직한 코인이 놓여있다. 녹색 코인은 고기를 계속 먹겠다는 사인이고, 적색 코인은 더이상 먹지 않겠다는 표시다. 녹색 코인이 보이는 자리에 조리사가 꼬챙이에 든 고기를 들고 오면 원하는 만큼을 요구하면 된다. 원하는 종류의 고기나 원하는 부위가 아니면 거절하면 되고 충분히 배가 불러 더이상 먹고 싶지 않을 때는 코인을 적색으로 돌려놓으면 된다.

과일이나 야채샐러드, 다양한 소스 등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방목해서 키우는 남미 가축들의 질 좋은 부위를 원없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많이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꼬챙이 끼운 큼직한 고기를 쉴새없이 권하니 쉽게 질리기도 했다.

▲라파인 식당에서 펼쳐진 남미 8개국의 전통민속공연 (사진=이상홍) 

◇ 라파인 식당의 남미 전통쇼

'라파인' 식당은 전통음식인 '슈하스코' 전문식당이기도 하지만 남미 8개국 전통민속공연으로도 유명하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식당안은 언제나 붐빈다.

식사 테이블에는 국기를 꽂아두는데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국기가 꽂혀진 테이블에 가서 앉는다. 우리가 '라파인'에 간 그날 저녁에도 테이블에는 어림잡아 20개 정도의 국기가 꽂혀 있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국기가 보였고, 미국, 호주, 이스라엘 그리고 유럽의 익숙한 여러 나라 국기들이 보였다.

▲라파인 식당에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자신의 국기 아래 모인다. (사진=이상홍) 

오후 8시 30분이 되자, 무대에 붉은 조명이 켜지더니 공연이 시작됐다. 병을 머리 위에 5개 이상 수직으로 올리고 춤을 추는 묘기에 가까운 쇼도 있고,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들의 민속춤도 펼쳐졌다. 단골 메뉴인 페루의 전통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엘콘도르파사 그리고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브라질 무희들의 열정적인 삼바 파티에는 모든 이가 열광했다.

우리는 공연을 보기 위해 식사를 마친 후 아예 무대 근처로 이동했다. 우리 식사테이블이 무대에서 제법 멀었기 때문에 서서 보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나라의 전통악기 연주와 비슷비슷한 의상 고만고만한 춤에 조금 지루해질려는 찰나, 내가 서 있는 바로 앞 사각테이블에 검은색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와 등이 훤히 보이는 붉은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인이 앉았다. 

긴 머리카락을 뒤로 묶어 짙은 화장을 한 미모가 한 눈에 드러났다. 이 커플의 남다른 외모와 의상, 풍기는 아우라에 무대 위에 벌어지는 고만고만한 공연보다 더 시선이 끌렸다.

▲좁은 테이블 위에서 펼쳐지는 탱고 공연 (사진=이상홍) 

무대 위 공연이 한차례 끝나 박수를 치고 있는데, 조명이 내가 서있는 바로 앞 사각테이블을 비쳤다. 그러자 마주보고 앉아있던 묘령의 두 남녀는 벌떡 일어나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서로의 등에 한손을 올리고, 다른 한 손은 서로 마주 잡았다. 탱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두 남녀는 밀착한 채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면이 1m30cm 정도되는 사각테이블이 늘씬한 두 사람이 올라서니 더 작아보였다. 미끌미끌한 유리까지 깔린 좁은 테이블 위에서 두 남녀가 구두와 하이힐을 신고 격렬하게 탱고를 추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좁디좁은 테이블 위에서 빠른 리듬에 맞춰 안고 던지고 앉으면서 탱고를 추는 모습에 관객들도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후에도 공연은 계속됐지만 깜짝이벤트처럼 진행된 이 탱고쇼가 나에겐 더 인상적이었다.



글/ 이상홍
(현)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여행작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숲 해설가
(전)정보통신기확평가원 원장/  KT파워텔 대표/  KT 종합기술원 부원장/  KT 중앙연구소장
 저서=까미노, 꽃중년이 걸은 꽃길, 꽃의 향기 소통의 향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