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컨벤션뷰로(중)] 담당자 2년마다 바뀌는데...마이스 전문가 양성?

한때 17개에 달했던 컨벤션뷰로 조직 모두 사라질 판
고용승계 안되고 흡수되면 순환보직...전문인력 '급감'
김나윤 기자 2024-04-12 10:44:38

한때 17곳으로 늘어났던 지역컨벤션뷰로 조직은 어쩌다가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일까.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마이스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선정되면서 지자체들은 지역특화컨벤션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마이스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각 지자체들은 사단법인 형태로 컨벤션뷰로를 앞다퉈 설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4~5년전부터 각 지자체들이 국제복합지구사업을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컨벤션센터와 관광, 호텔 등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위해 컨벤션뷰로와 관광재단 혹은 문화재단과 업무를 통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컨벤션뷰로 조직은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별도 지원조직으로 있으면서 국제행사 유치나 지역행사 기획을 담당하던 컨벤션뷰로는 임의해산이 가능한 사단법인 형태이다보니, 업무통합 과정에서 해체대상이 됐던 것이다. 지자체들은 재단법인은 임의해산할 수 없으니, 임의해산이 가능한 사단법인 조직을 해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모두 주부관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같지만, 재단법인의 요체는 '재산'인 반면 사단법인의 요체는 '사람'이라는 점이 다르다. 또 사단법인은 영리를 추구하든 비영리단체로 설립하든 상관없지만 재단법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 안된다는 점도 다르다. 이같은 차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사단법인인 컨벤션뷰로 조직을 해산하고 그 업무를 재단법인으로 흡수하고 있다. 

컨벤션뷰로 조직을 해산하는데는 '예산절감'이라는 명분도 뒤따랐다. 지역컨벤션뷰로는 각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대략 10명 내외의 조직에 들어가는 연간 운영비는 10억원 내외 정도다. 컨벤션뷰로 업무 특성을 잘 모르면 이런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왜 한해 10억원씩 투입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지자체장도 지역 의회도 사업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컨벤션뷰로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그러다보니 한때 17개에 달했던 지역컨벤션뷰로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현재 고양과 대구, 제주 등 몇 곳만 남아있다. 이곳 역시 조만간 해체될 위기에 놓여있다.

한 지역 관광재단 관계자는 "컨벤션뷰로의 통합은 지자체 입장에서 행정 및 예산의 효율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 지역컨벤션뷰로 관계자는 "국내 컨벤션뷰로는 해외 조직처럼 수익을 창출할 수 없으니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컨벤션뷰로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컨벤션센터와 컨벤션뷰로 두 분야로 나눠 운영하기 버거워 이를 재단으로 통합해 수월하게 운영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단법인을 해체하고 업무를 재단법인으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러다보니 상당수의 컨벤션뷰로들이 이직하거나 퇴사하면서 마이스업계를 떠나고 있다. 작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컨벤션뷰로로서 경험을 쌓은 마이스 전문가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 컨벤션뷰로 관계자는 "사단법인은 노조를 결성할 수 없으니 조직해산으로 일자리를 잃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면서 "정부는 마이스 전문인력을 육성하겠다고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마이스 전문인력을 내쫓고 있는 형국"이라며 기막혀 했다.

컨벤션뷰로 통폐합에 따른 문제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해체되거나 공기업 조직으로 흡수된 컨벤션뷰로들은 국제행사 유치능력 등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마이스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국제협회연합(UIA) 등에서 개최순위 1~2위를 다투던 우리나라는 2022년 이후 개최순위 8위로 밀려난 상태다. 마이스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컨벤션협회(ICCA)에서 2021년 개최건수 11위였던 우리나라는 2022년 17위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도 "컨벤션뷰로가 없어지면서 국제회의 유치할 때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공기업으로 흡수된 컨벤션뷰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또 있다. 바로 '순환보직'에서 오는 전문성 약화다. 공기업은 주기적으로 담당자를 교체하는 순환보직이 원칙이다. 공기업에 흡수된 마이스 담당직원들 역시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서로 호흡을 맞춰 일할만하면 담당자가 바뀌게 되고, 업무 특성을 파악할만하면 보직이 바뀌기 때문에 '순환보직'은 마이스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가 없는 구조다. 한 컨벤션뷰로 관계자는 "순환보직이 아닌 별도조직일 때는 한 업무를 계속 맡다보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인맥이 넓어져 국제행사를 유치할 때도 유리하지만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 이런 인맥이 쌓이지 않아 행사유치에 매우 불리하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도 "지역특화형 마이스산업을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할 때 전문가가 부족한 부분이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상열 고양컨벤션뷰로 사무국장은 "마이스는 네트워크 비즈니스인데 담당자가 1~2년마다 바뀌게 되면 사업 영속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주기적으로 담당자가 바뀌면 그와 관련된 모든 인맥도 끊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영혜 동덕여대 글로벌MICE학과 교수도 "컨벤션뷰로는 엄연히 공공기관과 성격이 다른 독립적인 조직이어야 한다"며 "인맥이 곧 경쟁력인 컨벤션뷰로들이 수년간 다져놓은 인맥을 그대로 날려버리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지자체들이 마이스산업 가운데 '관광'에 주력하다보니 이같은 문제가 빚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벤션뷰로 한 관계자는 "마이스와 마이스 관광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그런데 국내에서는 마이스 관광만 있지 마이스는 없다"고 꼬집었다. 지자체에서 마이스 전담조직인 컨벤션뷰로를 관광공사 및 재단 등으로 흡수시키는 데는 이같은 관점이 지배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련 문제가 공론화됐어도 중앙부처까지 도달한 일이 없었다"며 "지자체에서 다룰 수 없는 문제를 지자체에서만 다루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현재로선 지자체의 선택에 따라 마이스 산업이 좌지우지되고, 컨벤션뷰로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윤유식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마이스 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며 "마이스 산업이 가진 파급력을 이해하고 이를 비즈니스 차원으로 접근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도 "장기적인 마이스 발전을 위해 컨벤션뷰로 혹은 이와 유사한 마이스 전담조직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