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연결된 마이스 분야 AI 활용성 고민해야"
2025-04-04

전시회나 박람회를 개최하고 나면 가장 골칫거리가 폐기물 처리다. 9m² 크기의 부스 1개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270kg에 달한다. 통상 전시폐기물이 1회당 평균 20톤이라고 쳤을 때 국내에서 연간 개최하는 1000건의 전시회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은 어림잡아 연간 2만톤에 달하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속가능한 전시' 또는 '친환경 전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마이스(MICE)업계에서도 부스 설치물이나 장식물 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실제로 이를 적용한 전시회들이 간간히 열리고 있어 주목을 끈다. 친환경 전시를 이끄는 사람들은 "전시물품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비용절감은 물론이고 폐기물 감축으로 탄소배출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본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개최되는 지속가능한 전시와 회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 온실가스 저감에 초점맞춰 개최된 'KME'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KME)'는 마이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더불어 지역균형발전에 중점을 두고 지속가능한 마이스 산업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지난 2022년 한국관광공사의 마이스 ESG 운영가이드에 따라 'KME 2023'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최초로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KME는 환경부문의 핵심을 온실가스 저감에 두고 참가자등록, 행사장 시설물, 행사장 운영 등 행사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관리했다.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 배출량만큼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했다. 저감 방식은 디지털전환과 더불어 배너, 부스, 명찰, 포디움, DID 활용, 친환경 무대 설치까지 적용가능한 부분에서 친환경 제품을 사용했다.
KME는 전 부스를 재사용가능한 모듈형 제품 혹은 종이, 목재, 큐브 등 친환경 제품으로 운영했다. 카페트, 의자, 책상 등 가구는 렌탈을 이용했으며 특히 렌탈과 회수 프로그램을 통해 행사물품이 이후 버려지지 않게 조치했다. 또 행사장에 일회용품 반입을 금지시키고 행사장 내 폐기물을 플라스틱, 병/캔, 일반폐기물로 분리배출했다.
교통부문에서는 행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버스, KTX 등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펼치고 차량공유 플랫폼과 협업해 외국인 바이어를 대상으로 운용했다. 냉난방 부문에서는 고효율 친환경 행사장으로 인천 송도컨벤시아를 선정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송도컨벤시아는 인천종합에너지 중온수로 난방을 진행한다. 비전기식 냉난방설비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이다. 인천종합에너지의 지역난방에는 현대제철 열연계약으로 제철소 전기로에서 나오는 산업용 폐열이 사용된다. 또 송도 컨벤시아는 무장애 시설 인증 및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갖춰 ISO 45001 인증을 받았다.
◇ 서울시 ESG 지침 적용한 '서울카페쇼'
서울시 후원으로 개최된 '서울카페쇼'는 지난 2023년 서울시의 '서울 마이스 ESG 운영 실행지침'을 처음으로 적용한 ESG 전시회다. 서울시는 서울형 마이스 ESG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첫 사업으로 서울카페쇼를 선정한 것이다.
서울카페쇼를 주최하는 엑스포럼은 마이스업계 최초로 지난해 10월 30일 서울시와 '서울 글로벌 전시회 ESG 운영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속가능한 마이스 경영실천에 나섰다. 주최 측은 참가업체 및 관람객을 비롯,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탄소배출량 감축, 지역사회 연계, 관련 산업 육성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 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행사 목표도 △탄소중립 실천 △제로웨이스트(모든 제품 재사용) 행사 구현 △지역커뮤니티 협력강화 △친환경 포장 △공정거래 △커피산지 노동환경 개선 등 ESG를 염두에 뒀다.
서울카페쇼는 전시장 내부에서도 현수막, 포스터 등을 통해 ESG 캠페인을 홍보하고 식기세척기 전문업체와 협력해 텀블러·다회용컵 세척존을 운영했다. 또 커피찌꺼기인 커피박 수거 부스를 설치해 업사이클링을 꾀하고 커피박으로 만든 미니 화분들을 진열한 포토존도 마련했다.
참가부스들로 하여금 부스 제작·운영 및 시음·시식 행사에서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는 그린부스 캠페인도 운영했다.
서울시는 ESG 의지가 높은 기업을 집중 지원해, 마이스 주최사와 참여사들이 ESG 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서울카페쇼뿐만 아니라 스마트공장 자동화 산업전, 국제의료기기 및 병원설비 전시회 등 시가 글로벌 행사로 육성중인 전시회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 지역사회 연계, 관련 산업 육성 프로그램이 운영되도록 돕는다. 서울시는 올해 마이스 ESG 운영 행사를 10개로 확대해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ESG 실천이 우수한 기업에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마이스 주최자나 SMA(SEOUL MICE ALLIANCE) 회원사가 대상이다. SMA는 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서울 마이스 산업 육성을 위해 2011년 설립한 민관협력체다. 서울마이스산업육성위원회는 ESG 실천 우수기업을 선정한다.
◇ 페이퍼리스와 재활용 실천 '세계유방암학술대회'
세계유방암학술대회(GBCC)는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정기 국제회의이자 대표적인 ESG 국제회의다.
GBCC는 지난 2007년 ESG라는 용어가 생기기 이전부터 친환경 회의로 기획됐다. 다회용컵, 사탕수수로 만든 생분해성 페트생수, 하드보드지 명찰, 종이배너 등 재활용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오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행사용품을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자원절감을 위한 디지털 전환도 시도하고 있다. GBCC는 종이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컨퍼런스를 지향한다. 행사 리플렛도 1인당 1장만 배부하고, 나머지는 모바일앱으로 정보를 안내한다. 논문 자료도 파일로만 제공한다. 2007년부터 논문초록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2016년부터 논문 전문을 온라인 게재하면서 점차 종이 사용량을 줄여왔다. 이밖에도 사용한 현수막은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하도록 기부하고 있다.
GBCC 관계자는 "GBCC 스카시(입체형 로고간판)를 매 회의마다 상징처럼 들고 다닌다"며 "운송이 가능한 것, 사무실에 보관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가능한 한 매 행사마다 옮기면서 재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BCC를 기획한 인터컴 관계자는 "GBCC가 겉으로는 E, 즉 환경의 측면이 두드러지지만 알고보면 S(사회)에 공헌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세션을 열어 환자들도 학술대회를 듣고 전문가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를 주고 있다. 올 4월 열렸던 GBCC 2024에서도 2000명이 온라인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저개발국가의 참가비는 50% 할인해주는 한편 저개발국가 출신 의사들에게 어워드를 통해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술회에 참여하고 싶지만 한국까지 오지 못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학술회'도 열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몽골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