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연택 회장 "마이스4.0 시대...한국은 아직 멀었다"
2025-04-16

"마이스(MICE)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마이스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가능성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오성환 한국PCO협회장은 마이스 산업의 가치를 이같이 규정했다.
마이스 산업은 한국 방문객 10명 중 9명이 서울에 집중되는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관광 비수기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마이스 관광객은 체류기간도 길고, 구매력도 높다.
하지만 마이스 산업은 여전히 '산업'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오성환 회장은 새 정부가 이를 경제적 성장의 핵심 인프라로 재정비해주기를 희망했다.
◇ 마이스 산업 '지역경제'에서 출발했지만
마이스 산업은 시작부터 정부 주도로 탄생했다. 그런 점에서 오 회장은 "마이스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산업"이라고 말했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도입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축제들이 생겨났고, 지역은 자체 재정 마련을 위한 수단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축제와 컨벤션 산업, 즉 마이스 산업이었다.
오 회장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전국의 축제는 1500여건에 달한다"라면서 "이 가운데 1996년 이전부터 개최된 축제는 단 1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만큼 지방자치 이후 각 지자체들은 지역 방문객과 수입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이처럼 '마이스' 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람을 모으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재 마이스 분야는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마이스가 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통계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통계가 하나도 없다"며 "통계가 있어야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탄했다. 그나마 국제회의산업이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됐지만 전체 산업을 포괄하진 못하고 있다는 것.
현재 '마이스'는 전시산업으로 분류돼 있지만 조만간 특수분류 산업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경제분류 자문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현재 이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특수분류로 제정되면 통계 자료가 산출되므로 보다 체계적인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게 오 회장의 말이다.
◇ 인력난···"중장년·외국인 폭넓게 고용해야"
오 회장은 현재 마이스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애로사항이 '인력난'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많은 마이스 업체들이 문을 닫았고, 수많은 관광·호텔·컨벤션 전공자들도 이 분야를 이탈하면서 시작된 인력난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스 전문가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4년 컨벤션기획사가 국가자격증으로 지정됐고, 현재 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약 5000명에 달하는데, 이 컨벤션기획사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출생으로 청년인력의 부족현상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오 회장은 우려했다.
마이스 업계가 처한 인력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력을 보유한 중장년층이나 외국인을 적극 기용할 필요가 있다는 오 회장의 생각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이 25만명인데 이들이 국내 마이스업계에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비자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해외의 세종학당 수강생 17%가 한국 취업을 목적으로 한글을 배우고, 750만명에 달하는 재외동포 2·3세들 가운데 한국에서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회장은 "전문인력이 필요한 마이스 산업에는 E-7 비자를 허용돼야 한다"면서 "이는 문체부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짚었다.
◇ "잎사귀가 아니라 뿌리부터 물을 줘야"
"마이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 방향도 잘못됐다"고 말하는 오 회장은 "진짜 물이 필요한 곳은 뿌리인데 지금 정부는 잎사귀에만 물을 뿌리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행사를 직접 준비하는 PCO를 비롯해 마이스 업무를 실제 전담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예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행사를 맡아 진행하는 PCO들은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행사를 진행하는 PCO들이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정부의 예산은 물가상승률이 고려되지 않아, 정부 행사용역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국가계약법이 있지만 정부와 기업간에 불공정 거래는 여전하다"면서 "이에 협회 차원에서 문체부와 표준계약서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 입안자들의 산업 이해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마이스 산업의 성과는 단순한 수치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오 회장의 말이다. 그는 "흔히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수치, 이를테면 100건 개최했냐 200건 개최했냐, 방문객이 몇 명이냐 그런 것을 따지는데 전시·회의는 단 10건만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