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에서는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생과방 체험이다. 경복궁 소주방 전각에 위치한 생과방은 생물방 혹은 생것방이라고도 불리며 왕과 왕비의 후식, 별식을 준비하던 공간이다. 이번 생과방 프로그램은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실제 임금이 먹었던 궁중병과와 궁중약차를 오늘날에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드라마에서나 봤던 생과방을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기자가 방문한 24일은 구름이 많아 다소 흐렸지만 비교적 선선했다.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방면으로 입장하면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비교적 찾기 쉬웠다. 정해진 시간까지 입장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의치 않게 늦을 경우는 운영사무국으로 미리 문자로 연락하면 된다.
생과방 입구 안내데스크에서는 예매번호와 신분증을 확인한 뒤 원하는 차(茶)를 고르도록 한다. 이후 궁녀와 의원들이 지정된 자리로 안내해준다. 마치 왕비가 된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그냥 기분탓일까.
여름철에는 냉차인 오미자차와 제호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오미자차는 다섯가지 맛을 지녔다는 오미자로 만들어졌으며 제호차는 매실을 익혀 만든 오매(烏梅)와 사인(砂仁), 초과(草果) 등을 넣은 왕실의 음료다. 차를 고르면 차의 이름이 적인 명패를 안내데스크에서 건네준다. 기자는 오미자차로 선택했다.
아담하고 정갈한 다과상에는 다과가 담긴 접시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다과를 집어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집기는 포크도, 젓가락도, 하다못해 이쑤시개도 아닌 단단한 나무였다. 생긴 것이 영락없이 나뭇가지였다. 이것으로 이쑤시개처럼 과자를 찍어서 먹는데, 강정이나 호두같이 단단한 음식은 집기가 영 불편했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포크 따위가 없었으니 음식을 나뭇가지로 집어먹었을터, 그것을 충실히 구현하려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앉아서 조금 기다리니, 직원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차를 내어왔다. 찻주전자와 찻잔 그리고 얼음이 담긴 잔이 함께 나오는데 얼음을 찻잔에 하나씩 담아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얼음과 물은 리필이 가능하다.
다과는 전체적으로 은은하게 달달해서 새콤한 오미자차와 매우 잘 어울렸다. 기자가 맛본 다과는 주악과 대추인절미병 가운데 주악 세트였다. 주악은 찹쌀가루로 빚어진 다과로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올리던 음식이라고 한다. 생김새도 그렇고, 맛은 작고 단단한 찹쌀 도넛 같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해 맛이 좋았다.
함께 나온 금귤정과는 흔히 낑깡으로 알려져있는 금귤을 설탕에 조린 것이다. 금귤 특유의 톡쏘듯 새콤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한송이 조그만 꽃으로 피어난 참외정과는 참외를 꿀이나 설탕에 재거나 졸여만든 전통 과자로, 참외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매우 부드럽고 쫀득했다.
이외에도 호두강정·곶감·잣·유자청 등으로 이뤄져 달달·고소한 곶감단지, 우리가 잘 아는 전통과자인 쌀엿강정, 모양도 맛도 예뻐서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형상을 한 한과'라는 뜻을 지닌 매작과, 호두를 꿀에 조려 바삭하고 달콤한 호두정과 등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다과를 즐기다보니 어느새 찻주전자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생과방 프로그램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일명 '궁켓팅'(궁+티켓팅이 합쳐진 신조어)이 치열한 궁중 프로그램 중 하나기도 하다. 1인 2매까지 예매가 가능하니 연인, 가족, 친구 등과 함께 방문해 함께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면 더욱 즐겁고 풍성한 생과방 체험이 될 것이다.
가격은 1인당 1만5000원이며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50% 할인된다. 또 생과방이 경복궁 내부에 있어 입장하려면 별도로 경복궁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경복궁 입장권은 24세 이상 성인 기준 3000원이다. 생과방은 국립민속박물관 방면에서 입장하는 것이 가장 가깝다. 방문한 김에 경복궁을 한번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