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은 국제회의를 유치할 전문가인 컨벤션뷰로 조직을 속속 해체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개최건수 세계 1위를 목표로 국제회의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8일 2028년까지 지역마다 '한국판 다보스포럼'을 만들어 우리나라를 국제회의산업의 중추국가로 도약시킨다는 계획이 담긴 '제5차 국제회의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지역별로 마이스(MICE) 산업을 육성해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마이스 전담기구들을 지원하고, 조직이 없는 지역은 정부가 관련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하지만 문체부가 이같은 장대한 계획을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는 마이스 관계자들이 적지않다. 이유는 현재 지역 컨벤션뷰로 조직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컨벤션뷰로(CVB: Convention & Visitors Bureau)는 국제회의 산업육성 법률에 따라 지자체 차원에서 설립한 국제회의 유치·지원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마이스 행사 유치부터 도시마케팅, 도시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까지 컨벤션뷰로에서 담당한다. 쉽게 말해 '행사 개최지'로서의 도시를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의 컨벤션뷰로들은 대부분 사단법인 형태의 조직이다보니, 관광재단이나 문화재단 등과 통합되는 과정에서 해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단법인에 속한 컨벤션뷰로들은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업계를 떠나고 있다. 또 통합조직에 근무한다고 해도 순환근무제 때문에 2년에 한번씩 국제회의 담당자가 바뀌게 되면서 전문가를 양성할 기회가 오히려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스업계 전문가들은 "국제회의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문체부의 방향은 맞다"면서도 "중앙정부는 마이스 전담기구를 육성하려는데 지자체는 이를 해체하고 있는 모순된 상황부터 먼저 해결해야 실현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지역관광공사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노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문체부는 지역 국제회의 전담 조직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지역별로 육성 의지가 들쭉날쭉한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기본계획에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한국관광공사와 지자체, 학·협회와 업계 등이 협력하는 민관협의체를 상시 운영할 계획이지만, 이 방안으로 민간조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컨벤션뷰로가 없어지고 있으니 민관협의체 등을 통해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면서도 "지역 전문조직이 해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기본계획에 담겨있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했다.
가장 큰 한계는 컨벤션뷰로가 민간조직의 형태여서, 문체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문체부가 지역 마이스 전문조직을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강화할지는 의문"이라며 "지역 마이스 조직의 해체여부는 온전히 지자체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기때문에 중앙정부가 이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지역 컨벤션뷰로 등에 관한 상황을 인지하고 기본계획에 포함한 것"이라며 "업계 의견수렴을 통해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세우고 전담조직을 지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의 해외지사를 늘리겠다는 문체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지역관광공사 한 관계자는 "해외지사를 늘린다고 국제회의 유치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국제회의 유치는 마이스 전문가 영역"이라며 "전문가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조직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지 연락책 역할을 하는 해외지사를 늘릴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문체부 관계자는 "해외지사 확대는 관련 정보를 미리 파악해 국제회의 유치에 유리하도록 하자는 차원"이라며 "해외지사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민관협의체가 협력해서 준비하도록 하는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