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컨벤션없이 국제회의산업 육성?..."쪼개진 법부터 통합해야"

김나윤 기자 2024-08-09 08:30:03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마다 '한국판 다보스포럼'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우리나라 마이스산업을 발전시키고 전문가를 육성할 법적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마이스(MICE) 분야는 국제회의를 포함해 전시·박람, 이벤트, 관광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산업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산업의 소관부처가 이원화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관할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회의산업법'과 '관광진흥법'을 통해 국제회의와 관광 분야를 관할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시산업발전법'을 통해 전시박람 분야를 관할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중앙부처 차원에서 마이스 산업 전반을 아우르면서 발전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애시당초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총괄하는 법률이 없고 부처별로 영역이 쪼개져 있으니, 지자체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내용의 조례를 만들어 마이스 관련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9일 마이스업계는 "마이스 소관부처가 이원화돼 있으니 정책이나 산업 모든 측면에서 중복이 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혼동을 없애려면 마이스 관련 법률을 하나로 통합하고 소관부처도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희 로컬임팩트연구소 선임위원은 "30년전에 법률이 제정될 당시에 부처간 이견이 커서 이원화됐던 것인데 이 법률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제5차 국제회의산업육성 기본계획'에서도 마이스의 이원화된 행정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기본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제회의산업'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산업부 관할인 전시컨벤션산업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이 때문에 5차 기본계획에 대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마이스통합법'을 제정하고 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김경희 위원은 "현장에서는 이미 국제회의와 전시컨벤션을 '마이스'라는 용어로 포괄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실에 맞게 법률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차 기본계획에서 발표한 것과 같은 소극적인 개정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이스 제도개선을 통해 인적자원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윤은주 한림대학교대학원 교수는 "해외에서는 관련 전담조직이 이를 도맡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컨벤션뷰로가 지방공사나 재단으로 흡수되면서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마이스 분야의 인적자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첫번째가 '직무순환제도의 개선'이라고 꼽았다. 

실제로 각 지자체 마이스 조직은 순환근무제도로 인해 담당직원이 계속 바뀌면서 전문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서울이나 대전 등 일부 관광공사의 마이스 담당직원들은 예외적으로 고정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아서 언제 바뀔지 불안정한 상태다. 따라서 지역 행사에서 레거시를 남기기 위해서는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이끌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은주 교수는 "순환보직이 필요한 분야는 1~2년이 아닌 근무 연수를 연장하고, 특정 역할을 하는 직원들은 최장 10년까지 직무가 보장되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열 고양컨벤션뷰로 사무국장도 "순환보직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신입직원이 경력이 쌓여 전문성을 갖추는 시점이 되면 순환보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에 대한 장기근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과 부산은 '마이스 산업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수원은 '마이스산업 진흥 조례'를 자치법규로 제정하는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마이스 통합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조례에 마이스 용어를 도입하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상위법 자체가 아직 '국제회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내용도 목적도 국제회의 시설 및 유치에만 한정돼 있다보니, 대다수 지자체 조례들은 국제회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래춘 수원컨벤션센터 마이스본부장은 "우선 각 지자체장들이 도시마케팅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며 "단순히 지자체장의 관심 여부에 따라 전담조직이 좌우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