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가정원' 베끼기?...지자체마다 앞다퉈 정원박람회 개최

김나윤 기자 2024-09-24 09:00:03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 국가정원 (사진=대한민국 구석구석)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마다 앞다퉈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겠다고 나서자, 지역특색은 아랑곳없이 성공적인 행사만 따라하는 '미투 박람회'만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마이스(MICE) 업계에 따르면 강원 홍천은 9월 23일부터 10월 6일까지 홍천읍 신장대리 일원에서 목재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경기 파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이달 26일~28일까지 청룡두천 인근 운정중앙공원에서 공공정원박람회 'LH-파주가든'을 개최한다. 

또 10월 3일~6일 경기 남양주에서는 제1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열리고, 10월 18일부터 한달간 전남 신안에서는 암태면 중부로 일대에서 신안송운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이에 질세라, 대구도 오는 10월 11일~15일까지 대구정원박람회를 금호강 하중도에서 연다. 

전남 나주시도 10월 9일~13일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 일대에서 영산강 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나주시는 국가정원 승격을 목표로 순천만정원의 2배 크기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시도 '2026 세종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2026년 4월 10일부터 5월 24일까지 45일간 세종시 호수·중앙공원 일원 등에서 개최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5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뚝섬한강공원에서 열었다. 같은 달 전북 전주에서는 전주정원산업박람회가 열려 방문객 38만명이 다녀갔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정원박람회를 앞다퉈 개최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겠다고 뛰어드는 것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탓이다. 지난 2013년 전남 순천에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처음 개최되고, 그 대회장을 개조해 '순천만국가정원'으로 조성했다. 우리나라 1호 국가정원이 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난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다녀간 사람들은 무려 1000만명에 달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방문객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원이 됐고, 순천은 이 정원박람회 하나로 전국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지자체로 우뚝 섰다.

산림청도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를 주최하면서 지자체의 정원박람회를 측면지원하고 있다. 산림청은 순천만국가정원와 연계한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를 2회에 걸쳐 개최한 이후 울산과 세종에서 열었다. 올해는 뚝섬 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해 개최했고, 내년에는 진주에서 '2025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5일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제76차 AIPH 총회에서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유치를 최종 승인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일각에서는 지역특색과 상관없이 우후죽순 개최되는 정원박람회가 과연 지역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원박람회가 성공하려면 먼저 지역 정원산업부터 살려야 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경우 기획단계에서부터 산업적 연계를 고려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정원산업이 지역에 필요한 산업인지 고민없이 단순히 모방하는 방식으로 따라하게 되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컨벤션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박람회는 그 지역의 차별화된 색깔을 갖춘 특징적인 박람회를 개발해야 하는데 정원박람회를 포함해 국내 많은 박람회들이 다른 곳이 성공하면 따라하는 식으로 개최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 했다.

지역관광공사 한 관계자는 "어떤 지역에서 행사가 성공하면 그 행사를 비슷하게 베끼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면서 "이렇게 하면 도시간에 불필요한 출혈경쟁이 생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별로 고유한 특색을 찾아 그에 맞는 차별화된 행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영혜 동덕여자대학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지역 박람회에 차별성이 없는 것"이라며 "박람회가 마이스로서 가치를 지니려면 산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교수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는 일은 좋지만 공공적인 요소로만 활용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며 "단순히 시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거면 공익사업이나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으로도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교수는 "박람회가 지역에 의미가 있는지, 지역산업과 연계해서 마이스 레거시를 남길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고, 기획단계에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사후에라도 전문가에게 검증을 받아 방향성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주관하는 이수연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버려진 한강변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정원박람회를 꾀했다"며 "산림청과 공동으로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진행하며 정원뿐만 아니라 조경시설, 휴게시설 등 정원 내 다양한 산업제품의 홍보 및 매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