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선포됐다가 6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령으로 국내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계엄령으로 한국방문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심지어 비자발급을 중단하는 국가도 생겨났다.
5일 주한미군사령부는 비상계엄과 관련해 주한미군과 민간인 직원, 그 가족들에게 한국 내 여행을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지난 4일 자국민을 대상으로 경보를 발령하고 비자발급 등 영사업무를 중단했다.
미 국무부는 웹사이트의 한국여행 권고 수준을 기존의 1단계로 유지해두고 있지만 한국여행 권고 페이지에 주한 미 대사관의 경보(Alert) 메시지 링크를 적어놨다. 가장 낮은 1단계는 '일반적인 사전 주의 실시'이며 가장 높은 4단계는 '여행금지'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4일(현지시간) 한국 여행 권고 주의 수준을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했다. 1단계는 '일반적인 안전 및 보안 예방 조치 시행'이며 2단계는 '더욱 주의 기울이기'로, 2단계의 경우 뉴질랜드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한 안전·보안 문제가 있는 국가가 대상이다.
전쟁중인 이스라엘도 한국여행 경고를 발령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지난 3일 밤 성명에서 한국을 두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 나라를 방문할 필요성을 검토해보라"고 알렸다. 영국과 프랑스, 우크라이나, 싱가포르에서도 "광화문과 대통령실, 국회 일대에서 시위가 예상된다"며 자국민에게 군중이 모이는 곳에 접근하지 말고 모든 정치 시위를 피할 것 등을 당부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한국 거주 중인 자국민에게 향후 발표에 유의해달라는 주의를 전했다.
이에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항공업계에서도 항공 수요의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평소와 같이 항공편을 정상 운항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이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증권도 이번 사태로 고환율이 지속되며 항공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5일 새벽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대비 10.7원 오른 1413.6원이다. 다만 사태 이후 항공권을 취소하는 움직임은 거의 포착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계획 취소 움직임은 아직까지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에는 '안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여행사 등을 통해 파악해보니 지금까지 큰 취소 흐름이 보이지는 않았다"며 "다만 '리드타임'(예약 일부터 방문까지의 기간)이 긴 유럽, 미국 같은 장거리 국가에서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여행 플랫폼 업계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취소율 급증 등 가시적인 피해는 없지만 예약률은 전주 대비 20%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이같은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의 여행산업 전반에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온라인 여행사(OTA) 또한 계엄령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업계는 이번 사태로 '한국'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져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전시, 회의, 여행 등 국내 마이스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