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연택 회장 "마이스4.0 시대...한국은 아직 멀었다"

김나윤 기자 2025-04-16 09:27:34
▲인터뷰 중인 이연택 한국관광정책연구학회 회장 ©micetoday

"두 사람이 모이면 대담이고, 세 사람이 모이면 포럼이다."

이연택 한국관광정책연구학회장은 포럼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하면서, 이 시대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포럼'과 내러티브'라고 했다. "집단지성이 한 사람보다 낫다"고 말하는 그는, 세 사람 이상이 모일 때 균형이 잡히고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럼을 포함하는 마이스(MICE)에 대해 이 회장은 '세상의 트렌드를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라고 규정했다. 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를 합한 '블레저'(Bleisure) 트렌드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마이스가 이를 흡수하는 산업으로 대두됐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도시를 방문한 사람들은 그 도시에서 관광도 하려는 니즈가 있다. 마이스는 이런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사업이다보니, 마이스에 '관광'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연택 회장은 "그래서 마이스는 관광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컨벤션 투어리즘(Convention Tourism), 즉 마이스가 곧 관광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 전세계는 '마이스 4.0 시대'...우리나라는?

'마이스 1.0 시대'였던 2000년대는 도시 인프라와 컨벤션 육성이 마이스 산업의 중심이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마이스'라는 용어가 전면으로 등장하면서 '마이스 2.0' 시대를 열었다. 그동안 다져놓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마이스의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후 모바일 기술이 등장하며 경험·체험을 중시하는 '마이스 3.0 시대'가 됐다. 이 시기의 트렌드는 문화와 도시체험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싱가포르 등 마이스 선진국들은 도시공간 전체가 유니크베뉴가 되는 '마이스 4.0 시대'를 맞았다. 마이스 4.0의 정의는 활용(utilization) 기반 마이스도시주의·마이스도시화로, 컨벤션 공간이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가상공간(메타 스페이스)과 도시공간 전체를 아우른다. 이를테면 도시 내 사람들의 활동 동선을 디지털 트윈으로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항공기 관제탑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같은 세계 흐름에 10년가량 뒤처져 있다고 이 회장은 진단했다. 마이스 1.0 시대에 갇혀 2.0, 3.0으로 세상이 진화하는데도 이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마이스 2.0에 머물러 있는 서울은 메타 마이스 스페이스가 부재한 상태"라며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은 이마저도 갖춰지지 않은 마이스 1.0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금 이 추세로 간다면 2030년까지 '잃어버린 마이스 20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마이스 산업은 물 위의 떠있는 기름막처럼 기반이 약해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국제회의 돈주고 유치하는 게 우리 현실"

지역마이스가 발전하려면 생태계와 콘텐츠, 클러스터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여기서 생태계는 컨벤션 기획사와 운영사, 관광산업 등이 모여 이루는 먹이사슬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사다. 그리고 이 요소들에 제도적 근간이 뒷받침해야 한다. 지역 특화자원과 연계해 콘텐츠를 먼저 만들고, 그다음 복합리조트와 복합몰을 포함한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을 연출할 기획사가 우리나라에는 없고 오직 운영사만 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마이스 도시 생태도 형성돼 있지 않고 생태계 없이 협력만 이뤄진다"며 "내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컨벤션의 기반은 내수와 수출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가 활성화되지 않아 컨벤션도 어려운 실정이다.

내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해외로 연수를 나가면서 국내 컨벤션은 이용하지 않아 지역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해외 인센티브 투어를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 정작 국내 기업은 국내 컨벤션을 이용하지 않는 아이러니다. 

결정적으로 한국에는 마이스 전체를 아우르는 법이 없다고 이 회장은 지적한다. 법의 부재는 정책(근거)의 부재, 즉 예산의 부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보조금도 외국인을 유치하는 데만 투입된다. 이 회장은 "마이스 경쟁력의 기본은 국제네트워크인데 우리나라 컨벤션은 국제관계도 약해 돈주고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로컬임팩트연구소의 송나영 대표는 "마이스 콘텐츠도 인프라도 빈약하다"며 "제한된 접근성이 마이스 발전의 큰 제약이 된다"고 부연했다. 가령 일본의 경우 철도 인프라가 잘 형성돼 있다. 일본의 관광청은 국토교통성 산하에 있다보니 똑같이 교통망을 깔아도 관광개발 관점에서 이를 깔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철도망 자체도 부족하고 관광에 특화된 철도망은 더더욱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이 회장은 무작정 컨벤션센터를 비롯한 인프라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현재와 같은 저성장 비활동 시대에는 구축해놓은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업계나 학계에 단순 용역·컨설팅을 맡기는 수준 이상의 파트너십이 이뤄져야 한다"며 "클러스터를 생태계로 묶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회는 포럼과 우수사례 발굴에 이어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이 회장은 '21세기는 내러티브의 시대'라며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을 만들 때도, 강연이나 포럼을 비롯한 행사를 설계할 때도 내러티브, 즉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 회장은 21세기 인류가 활동(액티브) 인구와 비활동(인액티브) 인구로 나뉜다며 언제나 활동인구가 비활동인구를 이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 모르고 어렵다고 물러나지 말고, 움직이고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관광정책연구학회는 정책연구기관으로서 포럼을 기획하는 등 관광업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지자체의 우수 관광정책 사례를 선정해 시상하는 일이 있다. 이연택 회장은 1998년 문화관광부가 처음으로 창설될 때 한국관광연구원장을 맡았고 국제회의법이 처음으로 제정될 때 관여했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국가이미지 제고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다이나믹코리아 용어' 제정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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