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시각장애인 위한 예술전시..."손끝으로 전해지는 감동 전하고파"

'어두운 미술관' 기획한 임혜리 유니원 상무
김나윤 기자 2025-09-02 16:06:40
▲임혜리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 상무 (사진=유니원)

"시각장애인 관람객이 '예술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동을 경험하길 바란다."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예술전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어두운 미술관'을 기획한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 임혜리 상무는 2일 "이번 전시는 단순히 '보는' 행위를 넘어, 감각을 통해 예술과 깊이 만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며 "이 전시가 모든 관람객에게 감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특별한 울림으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어두운 미술관'은 '감각; 예술을 만나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주제로 오는 4일~7일까지 서울 대학로 이음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전시의 특징은 명화를 손끝으로 감상하며 기존의 시각 중심 관람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예술 접근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임 상무는 이번 전시를 총괄하며 기획 초기단계부터 전시의 콘셉트 개발, 콘텐츠 구성, 공간 연출 전반까지 주도했다. 또 작가·기술팀·운영팀간 협업 구조를 설계하고, 기술적·연출적 변수들을 조율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어두운 미술관'을 기획·운영하게 된 계기와 배경은?
=유니원은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며, 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일반인 대비 현저히 낮다는 점을 확인했다. 통계에 따르면 비장애인의 문화예술 비관람률은 23.9%인 반면, 장애인은 64.5%로 약 2.7배 높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예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 '감각; 예술을 만나는 또다른 방법'이라는 전시 주제를 선택한 이유와,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이번 주제는 시각 대신 손끝을 비롯한 감각으로 예술을 느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원화의 붓터치, 질감, 색감 등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구현해 관람자가 마치 실제 작품 앞에 서 있는 듯한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전문 해설 오디오클립을 더해 촉각과 청각을 결합한 입체적 감상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획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을 텐데?
=시각장애인의 관람 환경을 설계하는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다. 전시장 동선, 작품 높이와 위치, 조도와 안전 요소를 시각장애인의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했고,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관련 단체의 자문을 받아 사전 모의 관람까지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이 전시 완성도와 관람 경험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이번 전시에서 예술감독·기술자문진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임상우 예술감독님이 작품 선정과 전시 연출 방향을, 오준호 기술감독님이 3D 프린팅 기술 구현을 맡아주셨다. 작품 제작에는 한양대학교 ERICA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또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자문을 받아 시각장애인 관람 경험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작품 퀄리티와 전시 완성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 AI·3D 프린팅을 활용해 명화를 촉각 기반 작품으로 재현하는 기술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기대 효과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평면 이미지를 입체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작의 붓터치·질감·화풍을 세밀하게 분석해 시각장애인 맞춤형 3D 모델링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원화의 감정과 질감까지 전달할 수 있으며, 관련 기술은 'AI를 이용한 그림의 3차원 오브젝트 학습 및 생성시스템'이라는 명칭으로 현재 특허출원 중이다.

▲ 이번 전시에서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감각 보조 시스템(점자 캡션, 오디오 해설 등)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됐는지?
=전시 사전 단계에서부터 현장 운영까지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설계했다. 개최 전에는 뇌파 측정을 통한 감상 반응 실험으로 촉각 예술이 주는 효과를 분석했고, 전시 티켓에는 점자와 음성 안내 QR코드를 포함했다. 현장에는 점자 캡션과 안내 블록을 배치했으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전문 화면해설 성우 녹음을 통해 작품의 외형과 질감은 물론 내용과 맥락까지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 전시 운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관람객 경험 설계'의 포인트는?
=시각장애인 맞춤형 관람 설계를 최우선으로 뒀다. 온전히 손의 감각에 의지해 작품에 집중하도록 환경을 구성했고, 이 과정에서 비장애인 관람객도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활용해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모든 관람객이 새로운 감각 예술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이번 전시가 갖는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이번 전시는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술이 예술 감상 방식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나아가 사회 전반에 문화예술 접근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유니원이 추구하는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방향성과 이번 프로젝트는 어떤 접점이 있는지?
유니원은 마이스와 문화예술 분야에서 전시, 축제, 국제회의 등 28년 업력으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며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이번 '어두운 미술관'은 시각 중심의 예술을 감각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설계한 첫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를 넘어, 향후 감각 기반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은?
=시각장애인을 넘어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다양한 관람객을 위한 맞춤형 감각 콘텐츠를 기획할 계획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순회 전시, 그리고 전시 외의 음악 공연, 연극 등 다른 형태의 문화예술 콘텐츠로도 지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 끝으로 유니원이 바라보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란?
=유니원은 일회성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사람과 지역으로 확산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문화예술을 지향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어두운 미술관'을 시작으로 예술과 기술, 포용의 가치를 결합해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며, 이번 전시가 그 여정의 첫걸음이자 더 큰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