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개막해 8일 폐막한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EV트렌드코리아 2024' 전시장에는 최신 전기차 동향을 살펴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로 7회차를 맞은 EV트렌드코리아는 전기차 민간보급 확대와 전기차 문화 형성을 위해 환경부 주최로 열리는 친환경 자동차 전시회다. 올해는 총 86개사 445부스 규모로 마련됐고, 전기차 중심이었던 지난해 행사와 달리 충전기와 충전 솔루션이 주로 선보였다.
현대차는 자사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N'을 전시하고 'EV 에브리(Every) 케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구매부터 중고차 판매까지 이어지는 전기차 생애 주기에 맞춘 서비스와 혜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로드맵을 구현해 소개했다. 또 내연기관 차량과 주행거리 대비 유지비용 비교 체험을 통해 고객이 절약할 수 있는 비용과 탄소감축량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끔 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아는 자사 전기차들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공간 및 신기술·지속가능성을 주제로 3개의 공간을 마련했다. 전기차 충전관에는 레이 EV의 경제성과 기아 EV멤버스 고객에게 제공되는 여러 충전 프로그램을 소개했으며, 공간 및 신기술관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구매한 디지털 사양이 EV 9에 무선으로 적용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관에서는 EV6 GT-line 모델과 함께 기아가 진행하고 있는 폐어망 수거 및 재활용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폐플라스틱이 기아의 차량용품으로 재활용되는 과정을 전시했다.
LG전자는 처음으로 국내 판매중인 전기차 충전기 전체 라인업(7kW 완속 충전기, 100kW·200kW 급속 충전기 2종)을 들고나와 주택, 상업 공간, 충전소 등 다양한 쓰임새에 최적화된 제품들과 충전 솔루션을 선보였다. LG전자는 해당 충전기들은 영하 25℃부터 영상 40℃까지 안정적인 충전이 가능하고, 최대 IP65 등급의 방수·방진 및 IK10 내충격 등급을 획득하는 등 높은 내구성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공간활용성과 안전성을 강조한 전기차 충전 서비스 '볼트업'(Volt UP)을 선보였다. 볼트업의 여러 기능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천장에서 충전케이블이 내려오는 '케이블업 충전시스템'이다. 기존 충전기들은 케이블이 둥글게 말려있는 형태로 주유기와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충전기 설치를 위한 별도의 바닥 면적이 필요없는 데다 1대의 충전기를 총 4구간의 주차구역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가 높다. 또 충전 단자가 바닥에 닿지 않아 오염이나 침수 방지도 가능하다.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불편과 안전성에 대한 부분도 강조했다. 전기차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이 발생하는 화재사고 예방을 위해 충전 중 과열, 과전압 등 이상 징후 포착시 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충전 중 문제상황을 녹화해주는 블랙박스 기능도 적용됐다. 이에 더해 실시간으로 충전소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충전기에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했다.
'3초 충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워터'는 전기차 충전소의 등록·결제 과정을 단축한 빠른 충전 서비스를 소개했다. 워터 관계자에 따르면 워터 애플리케이션 회원에 한해서 최초 1회 충전을 완료할 경우 자동 충전 서비스로 등록되고, 다음 충전부터는 충전소에 도착해 충전 단자를 꽂으면 즉시 급속충전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결제 역시 미리 등록된 카드로 자동으로 이뤄진다.
'모던텍'의 무인 로봇 충전기 '모던보이'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발길을 멈췄다. 로봇팔이 충전기를 집어 전기차의 충전구를 알아서 잘 찾아서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했다. 다만 모던텍 관계자는 "현재는 이동용 레일과 협동 로봇이 필요한 만큼 추가적인 비용 투입을 피할 수 없다"며 "상용화에 앞서 장애인 시설이나 주차장 내의 장애인 구역 등에 설치하는 방향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로봇을 본 관람객 김모(39)씨는 "신기하긴 하다"면서도 "고작 저 동작 하려고 딱 봐도 비싸보이는 로봇을 설치하는 게 맞을지는 잘 모르겠다. 가성비가 너무 떨어질 듯"이라고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다양한 충전 솔루션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지만 한편으로는 이처럼 전기차 충전 솔루션이 난립하면 사용자들의 혼란도 가중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전기차마다 충전 플러그 규격이 다른 것은 물론, 충전기나 충전소별 운영 사업자가 달라 매번 새롭게 등록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전기차를 탄지 1년이 넘었다는 최모(30)씨는 "영업을 다니다보니 여러 지역을 다니는데, 충전소를 찾을 때마다 다른 업체여서 새로 앱을 다운로드 받거나 다시 결제수단을 등록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면서 "심한 경우 일주일동안 충전기 앱만 4개를 새로 다운받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충전기 업계 관계자는 "작년 10월쯤에 환경부에서 회원제 통합하라는 취지로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자를 소집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 모인 사업자만 86개였다"고 말했다. 그는 충전 사업자가 많아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점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지금은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 단계라 사업자들이 적자를 보면서도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며 "회원제 통합 등 소비자를 위한 방안 마련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