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컨벤션뷰로(하)] 컨벤션뷰로 사라진 지역...방문자수 '뚝' 떨어진다

컨벤션뷰로 통해 행사개최 늘면서 방문자도 급증
지역 관광과 숙박업까지 성행...경제파급 효과 커
김나윤 기자 2024-04-18 08:00:03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마이스(MICE) 산업의 파급력을 이해하고 이를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컨벤션뷰로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역마이스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컨벤션센터와 함께 컨벤션뷰로가 함께 있어야 한다. 컨벤션센터가 행사를 수용하는 하드웨어라면 컨벤션뷰로는 소프트웨어다. 컨벤션뷰로들은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할 행사를 유치하고 도시마케팅 및 인프라 형성을 지원한다. 즉 컨벤션뷰로와 컨벤션센터 모두 있는 지역과 컨벤션센터만 있는 지역, 둘다 없는 지역은 방문객과 지역경제효과 면에서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충북 마이스산업 육성 종합계획 수립 연구'(2022)에 따르면 서울은 2010년 3533건이었던 마이스 행사 개최 건수가 2019년에는 7만3674건으로 늘었다. 행사 개최건수가 증가하면서 참가자수는 2010년 241만명에서 2019년 1134만명으로 급증했다. 행사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관광과 숙박업도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컨벤션센터 '벡스코'가 있는 부산은 2010년 마이스 행사 개최건수가 2495건에서 2019년 2만4802건으로 약 10배 이상 늘었다. 외국인 참가자 수는 2010년 7만9084명에서 2019년 240만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이 행사에 참가하면서 묵을 숙소도 증가했다. 해당기간에 부산의 호텔 객실수는 6729개에서 1만307개로 '껑충' 뛰었다. 2015년 2731억원이던 호텔의 매출액은 2019년 3799억원으로 약 40% 이상 증가했다.

사례는 또 있다. '송도컨벤시아'가 있는 인천은 마이스 행사 개최 건수가 2010년 292건에서 2019년 9229건으로 엄청나게 늘었다. 특히 외국인 참가자 수가 8512명에서 80만명으로 늘었고, 숙박업소도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숙박업의 매출액이 2019년 4655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인천 산업별 매출액이 다른 도시보다 모두 2배씩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송도컨벤시아를 중심으로 쉐라톤그랜드, 오크우드호텔 등 호텔·쇼핑·공연 인프라가 증가해 지역주민의 편의성이 증대되고 매출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킨텍스, 수원컨벤션센터, 고양컨벤션뷰로 등이 있는 경기는 마이스 행사 개최 건수가 2010년 1081건에서 2019년 2만4972건으로 늘었다. 내국인 참가자 수도 233만명에서 8640만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호텔 객실수도 약 2배 늘었다. 마이스 산업 종사자 수는 2993명으로 서울 다음으로 많다. 이 숫자는 2019년 기준 국내 각 산업 종사자 수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도 2019년 기준 서울에 이어 경기가 632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15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이처럼 마이스 산업 매출액 및 종사자 수는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마이스 행사가 개최되는 지역을 기반으로 마이스 산업뿐만 아니라 숙박, 관광, 식음료 등 전후방 산업까지 성장시키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엑스코와 대구컨벤션뷰로가 모두 있는 대구 역시 마이스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2010년 1031건이던 대구의 마이스 행사 개최 건수는 2019년 1만531건으로 10배 뛰었다. 전체 마이스 산업 종사자 수는 2015년 365명에서 2019년 1401명으로 약 35%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2015년 1256억원에서 2019년 1741억원으로 약 40% 올랐다.

특히 대구컨벤션뷰로에서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직접 소비효과만 한해 평균 400~500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태 대구컨벤션뷰로 사무국장은 "2023년에는 423억원으로 산출됐다"며 "운영비·사업비 등 투입된 비용을 제외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밝혔다. 간접 소비효과까지 더하면 컨벤션뷰로가 지역에 일으키는 경제효과는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의 역군으로 대접받던 대구컨벤션뷰로는 현재 존폐위기에 처했다. 지자체 예산 축소로 조직을 더이상 존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김성태 사무국장은 "지자체장이 바뀐 이후 재작년부터 대구컨벤션뷰로에 투입되는 예산이 줄면서 국제회의 유치 건수도 줄어들고 있다"며 "그 영향이 아직 유의미한 수치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국제행사가 줄면 방문객도 줄어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치 후 실제 개최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국제행사 특성상, 지금 유치 규모를 축소시킬 경우 향후 개최 시기가 다가왔을 때 그 영향이 가시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윤유식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과 네트워크인데 이는 컨벤션센터로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의 연구결과, 마이스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방문자 수는 20~30배 정도 차이가 났다. 그는 "컨벤션센터가 마이스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 발전은 도시발전, 지역발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컨벤션뷰로의 도시마케팅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해외 주요도시들은 모두 독자적인 컨벤션뷰로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영리기관으로 운영된다. 또 뷰로와 센터는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마이스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행사에 필요한 것들을 상호 유기적으로 지원한다.

유럽은 지자체들의 높은 컨벤션산업 이해도를 바탕으로 도시컨벤션뷰로를 더 늘리고 있다. 유럽의 컨벤션뷰로는 관광도 다루지만 도시빌딩 및 산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가령 벨기에 브뤼셀 컨벤션뷰로는 지역관광청 산하기관으로 브뤼셀 컨벤션센터와 협업해 마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컨벤션뷰로들은 영리기관으로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어서 지자체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된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는 아예 관광청이 직접 행사에 적합한 시설을 연결해주는 컨벤션뷰로 기능을 하고 있다.

마이스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적인 마이스 도시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경우는 컨벤션뷰로 담당자가 무려 1500여명에 이른다"며 "컨벤션뷰로가 많을수록 마이스 행사가 많이 개최되기 때문에 그만큼 도시로 유입되는 방문객 수가 늘어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시마케팅 차원에서 컨벤션뷰로 조직을 두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외래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컨벤션뷰로를 조직했다. 출발부터 도시발전보다 관광 유치에 목적을 뒀다는 차이가 있다. 또 국내 컨벤션뷰로들은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고 있어 지자체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과거 주식회사 서울관광마케팅(현 서울관광재단)이 독립을 시도했지만, 자체 수익화에 성공한 사례가 나오지 못했다. 무엇보다 해외는 수요자 시각에서, 국내는 공급자 시각에서 시장을 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이상열 고양컨벤션뷰로 사무국장은 "마이스는 관광과 같이 가는 것은 맞지만, 단순 인바운드 관광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며 "마이스의 목표는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영혜 동덕여대 글로벌MICE학과 교수는 "컨벤션뷰로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며 "공무 조직이어도 하나의 독립된 전문기업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컨벤션뷰로는 개별 조직으로 존재하면서 전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앙부처 차원에서 관련 법안이나 조례가 제정되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