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연계 '지역여행상품' 공모
2025-03-10
남미는 빼어난 자연경관뿐 아니라 서구의 침략으로 시작된 역사의 흔적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한달 가까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등 5개국을 여행한 기록을 20편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태고의 자연경관, 역사, 그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음가는대로 담았다. 남미를 다녀온 분들에게는 추억 돌아보기로, 여행을 계획중인 분에게는 사전정보로, 남미라는 외딴동네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제28편 [꽃중년 여행노트] 남미 대자연에서 마주한 야생동물들>에서 이어집니다.
파타고니아 가이드북을 통해 파타고니아의 자연환경은 크게 4가지 식생군으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선 안데스 이전 관목지대(Pre-Andean Shrub Land)이 가장 오래된 생태환경이다. 호수나 강 근처에 주로 형성되는 이 관목지대는 튼튼하고 내구성이 있는 상록 관목이 주를 이룬다. 다음으로 마젤란 낙엽수림(Magellanic Deciduous Forest)이다. 협곡이나 언덕을 따라 형성된 숲인데 랜가나 니레와 같은 너도밤나무숲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연간 600mm 이상의 비가 내리고 지의류가 서식하는 청정자연이다.
세번째가 파타고니아 대초원(Patagonian Steppe)이다. 혹독한 바람과 날씨 때문에 키 큰 나무는 살아남기 어렵고 키 작고 강인한 사막 관목과 뭉치풀이 살아간다. 네번째가 황량하고 모래바람이 부는 안데스 사막(Andean Desert)이다.
◇ 파타고니아 관목림대의 식생
파타고니아는 남미 식생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로스글레시아스 국립공원에 있는 토레 호수를 다녀오는 세로토레 트래킹을 하루종일 했고,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도 한나절 살토 그란테 트래킹을 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데스 이전 관목지대와 마젤란 낙엽수림에 대한 식생은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키 작은 나무들이 집중된 관목림 지역에서는 빨간꽃이 정렬적인 노트로와 에스칼로니아 루브라를 만날 수 있다. 베리 열매를 여는 칼라파테, 차우리와 디들디도 살고 있다.
노트로(Notro)는 칠레 불꽃나무라고 부르면 될 듯하다. 칠레 남부의 온대 숲이 원산지인 상록 관목이다. 타원형의 길쭉한 잎들이 붙어있는 줄기끝에 좁은 관모양의 긴 붉은꽃이 사방으로 벌어지듯 화려하게 핀다. 봄과 여름에 피는 화려한 불꽃 모양의 꽃이 눈에 금방 띈다. 꿀은 매우 달콤한데 남방안데스사슴(Huemul)이 좋아한다고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살토 그란데 트레일을 걷다가도 발견했다.
에스칼로니아(Escallonia)는 광택있는 타원형의 톱니같은 모양의 잎을 가졌는데 그 끝이 뾰쪽한 상록 관목이다. 트럼펫 모양의 긴 꽃대를 가졌으며, 붉은색 꽃을 피워 루브라(rubra)라는 이름이 추가로 붙는다. 꽃의 끝이 동물의 갈고리 발톱처럼 날카롭게 벌어져서 'redclaw'라고 부르기도 한다. 페리노 모레노 빙하를 보기 위해 전망대를 올라가는 데크길 옆 숲에서 만났다. 7개의 셔츠(7 shirts)라는 별칭이 있는데 그 유래는 알아내지 못했다.

칼라파테(Calafate)는 파타고니아 매자나무라고도 하는 관목인데, 파타고니아의 대표 식물이다. 줄기에 두껍고 긴 타원형 작은 잎과 날카로운 가시가 붙어있고, 베리(bar berry) 종류의 열매가 열린다. 야생동물들의 든든한 양식일 뿐아니라 아이스크림, 잼, 술 등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나무에서 나오는 진액은 접착력이 강하다. 마젤란은 배의 갈라진 틈을 이 나무의 진액으로 메웠다고 한다.
세로토레 트래킹을 하면서 가시가 난 가지에 하얗고 빨간 그리고 검게 익은 열매가 달린 식물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현지 산악가이드와 함께 꽃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실패했다. 개화기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흘 후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살토 그란테 트래킹 중에 앙증맞게 핀 노란꽃을 운좋게 만났다. 꽃받침도 노란색, 동그랗게 모여 핀 꽃도 노란색이다. 추장 딸의 황금색 눈동자라는 전설만큼이나 예쁘다. 검은 열매를 먹으면 죽기전에 파타고니아로 돌아온다고 한다.

칼라파테보다 좀 더 커 보이고 흰색 또는 빨간색의 열매가 방울방울 열린 게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검색해보니 진달래 종류로 칠레산 블루베리 '차우라'(chaura)였다. 상록의 잎은 작고 타원형인데 끝이 뾰쪽하다. 긴 꽃자루 끝에 하얀 종 모양의 작은 꽃도 만났다. 제법 단단한 열매는 민트향이 나는데 식용보다는 껌, 사탕, 치약의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남미가 원산이지만, 꽃과 열매가 예뻐서 국내에는 가울테리아(Gaultheria)라는 이름의 관상수로 개량됐다.
가우라처럼 큼직하고 붉은 열매를 맺는 진달래과의 난쟁이 상록 관목으로 '디들디'(Diddle dee)도 있다. 잎은 전나무처럼 바늘 모양의 짧은 잎이 줄기에 빽빽하게 나는데 원산이 남미 마젤란 해협 또는 포클랜드 섬이다. 붉은 까마귀 열매(Red crew berry)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야생 열매는 쓰지만 잼이나 젤리를 만들면 달다. 진이나 보드카의 향으로도 활용된다. 칼라파테, 차우라, 디들디와 같은 베리 열매들은 사람뿐 아니라 관목 그리고 숲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에게도 훌륭한 먹거리가 되고 있다.

◇ 마젤란 숲과 파타고니아 초원의 식생
너도밤나무가 숲을 이룬 마젤란 낙엽수림(Magellanic Deciduous Forest)에서 만난 랜가나무와 니레나무 그리고 이 나무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의류에는 뭐가 있을까.
니레(Nirre)와 랜가(Lenga)는 파타고니아 숲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나무들이다. 파타고니아의 4계절은 만만하지 않다. 영하 30도의 기온을 견뎌야 하고, 폭우나 강풍뿐 아니라 가지에 쌓이는 눈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에 가장 적합한 나무로 파타고니아 동물들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둘 다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낙엽지고 잎이 떨어진다. 랜가 나무는 최대 30m까지 자라며 내구성이 뛰어나 목재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니레는 랜가보다는 키가 작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남쪽에서 발견되는 나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낙엽성의 타원형 작은 잎을 가진 2종의 나무가 비슷하지만 잎의 모양으로 구분한다. 랜가의 잎이 조금 더 크고 짙은 녹색이며 거치가 규칙적인 반면에, 니레는 중간 녹색에 왁스처럼 조금 더 반짝이고 거치가 불규칙적이다. 모두 너도밤나무(Nothofagus)라는 우리나라 이름을 갖는데, 랜가는 렌가 너도밤나무(Nothofagus pumilio), 니레는 남부 너도밤나무(Natartic deciduous Beech)로 구분한다. 아르헨티나 엘찰튼에서 세로토레 트래킹을 하며 토레 호수 도착 전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넓은 숲을 만났는데 그 숲이 랭가 그리고 니레 나무들이 가득한 너도밤나무숲이었다.
너도밤나무는 참나무과인데 밤과 비슷한 열매를 맺는 나무이고, 나도밤나무는 자작나무과이나 잎만 밤나무와 비슷하다. 둘다 밤나무와 상관이 없는 수종인데 나무 이름을 얻게 된 민담 때문에 너도 또는 나도란 이름이 붙었다.

할아버지 수염(Old man’s beard)은 햇살이 덜 드는 음지, 습한 숲 속 나무줄기에 녹색 이끼처럼 자라는데 그 모습이 살짝 신비스럽기도 하다. 녹색인 이끼와는 달리 회녹색 또는 황녹색 실 아니면 털이 늘어진 모양이다. 일종의 지의류인데 원래 이름은 우스네아(Usnea) 또는 프로토우스네아(Protousnea)이다. 스페인 이끼 또는 할아버지 수염이란 별칭이 직관적이라 더 널리 쓰인다. 나무에 붙어서 비나 안개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공기중 먼지나 유기물입자를 통해 영양분을 얻으며 성장한다. 나무에 기대살긴 하지만 영양분을 빨아먹는 기생식물은 아니다. 이 숲에 사는 사슴이나 순록의 주요 먹이가 된다.
나무가 부러지거나 바람에 날아가면 다른 가지에 떨어져 그곳에서 다시 자란다. 니레나무나 랜가 나무가 만드는 파타고니아 너도밤나무 숲에서 볼 수 있다. 공기가 오염되면 오염 물질을 흡수할 수밖에 없어 죽어버린다. 깨끗한 공기를 인증하는 식물이므로 파타고니아의 너도밤나무숲이 그만큼 청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지표식물인 셈이다.
할아버지 수염처럼 너무밤나무에 기대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뿌리를 내려 기생하는 종류도 있다. 바로 다윈의 곰팡이(Darwin’s fungus)라는 이름을 가진 균류, 즉 버섯이다. 오렌지색으로 둥글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 마치 빵같아 '인디언빵'(Indian bread)이라고도 한다. 이 빵 덕분에 나무는 흉터처럼 울퉁불퉁하고 딱딱한 혹이 생기는데 원주민들은 이 부분을 이용해 공예품을 만든다. 이 식용 버섯은 단백질 함량도 높고 약효도 있어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고 한다. 이 청정숲에 서로 기대며 함께 살아가는 식생들은 버릴 것이 하나 없어 보인다.
혹독한 바람이 부는 파타고니아 대초원(Patagonian Steppe)에서 살아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홀로가 아니고 함께다. 포기 단위로 모여 피는 코이론과 네네오라고 부르는 가시덤불이 이에 해당된다.
코이론(Coiron)은 사막같은 초원의 군데군데 모여 피어있는 잡초더미다. 포기 단위로 자라는 벼과의 풀이라 모양이 허접해 잡초라고 부르긴 했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풀은 없다. 파타고니아 대자연을 자기 집처럼 뛰어노는 야생의 과나코에게도, 울타리 안에서 방목하는 양떼들에게도 소중한 먹이다. 험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며 뿌리를 내리고 커 나가는 코이론이 없다면 파타고니아는 정말 쓸모없는 땅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네네오(Neneo)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모여 자라는 연한 녹색 덤불이다. 허허벌판 초원에 둥글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 보면 푹신한 방석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날카로운 가시 덤불이다. 빽빽하게 자란 날카로운 가시 잎 사이에 노란 색 작은 꽃이 뿌린 듯 점점이 모여 피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식물의 별칭이 '장모님 방석'이라고 한다. 장모님 집에 간 사위가 이 방석에 앉은 것만큼이나 마음이 불편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씨암탉까지 잡아주며 반기는 편안한 집이 처갓집인데 이 나라는 그렇지 않나 보다. 살테 그란데 트래킹을 가는 좁은 길 무릎 아래 좌우로 넓게 퍼져 자라고 있었다.

파타고니아에서 만난 꽃 중에 유일하게 내가 잘 알고 있던 꽃이 '후쿠시아'(fuchsia)다. 트래킹 중에도, 아르헨티노 호수 유람 중에 들른 섬에서도 야생 후쿠시아 꽃을 만났다. 어디서든 화려한 색상 때문에 바로 눈에 띈다. 붉은 색깔의 꽃받침은 하늘을 향해 펼치고 자주빛으로 더 진한 꽃잎은 땅을 향해 핀다. 그 사이로 꽃술을 아래로 길게 내린 모습이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꽃이 아름다워서 다양한 품종이 개발됐고, 서울에서도 원예종을 자주 보았는데 원산이 이 동네라고 한다. 아래로 길게 늘어진 꽃 모양때문에 귀부인의 귀걸이( Lady’s Eardrops)라는 별칭이 있는데 쉽게 수긍이 간다.
◇ 페루 고원지대에서 만난 식생
페루에서 만난 꽃들은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크고 밝고 화려하다. 고원이긴 하지만 따뜻한 지역과 온화한 기후라는 특성이 척박한 파타고니아의 자연환경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깐뚜(Qantu)는 안데스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꽃으로 페루뿐 아니라 이웃인 볼리비아의 나라꽃이다. 잉카 제국때 태양의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꽃(Sacred flower of the Incas)이었기 때문이다. 길이가 6~7cm나 되는 긴 꽃모양의 끝이 나팔모양으로 갈라지는 붉은 색 꽃이다. 잎과 줄기에 항균작용이 뛰어난 성분이 있어 염증 치료에 사용한다고 한다.
마멜레이드 부시(Marmalade Bush)는 남미원산의 상록 다년생 관목인데 덤불 안에 오렌지색의 밝고 작은 트럼펫들이 가득한 느낌이다. 윤이 나는 밝은 녹색 잎 앞으로 목을 내민 노란색, 빨간색 그리고 주황색의 꽃들이 가득이다. 페루 오얀따이땀보 마을 근처에서 발견했다.
마스데발리아(Masdevallia) 난초는 페루 마추픽추 유적지에서 망지기의 집에 가기 직전 언덕에서 만났다. 긴 줄기 끝에 진한 붉은색의 10cm는 넘을 듯한 큼직한 꽃만 올라온 모습이 독특했다. 위쪽으로 꽃잎이 하나, 아래쪽으로 대칭인 두 개의 꽃잎이 붙어있고, 세 개의 꽃 잎 모두의 끝은 침처럼 길게 뻗어있는 독특한 모양이었다. 아래로 뻗은 2개의 잎 가운데가 주황색이어서 바깥의 빨간색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신비한 모습이었다.
안데스 고원이 원산지로 시원한 환경에서 자라는데, 와칸키(Waqunki)라 부르는 페루의 보물로 잉카인들이 재배했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환경에서 제대로 살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페루 삭사이와만 언덕 초원에서 만난 보라색 붓꽃(Iris)도 인상적이었다. 삭사이와만 유적을 돌아본 후 쿠스코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올라오니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초원 곳곳에 보라색 꽃이 보였다. 하나가 루피너스이고 다른 하나가 붓꽃이었다. 열대지역의 꽃 루피너스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양재천변에서 5월에 보던 보라색 야생 붓꽃에는 눈이 갔다. 자세히 살펴보니 보라색 화피 세 개의 끝이 진한 노란색인데, 마치 황금 덩어리를 올려놓은 것 같다. 크기도 유럽의 붓꽃처럼 크고 화려하지 않다. 야생들꽃처럼 키도 작고 수수하고 깨끗하다. 태양의 제국 잉카를 지키다가 삭사이와만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잉카군의 혼이 야생 붓꽃으로 피어 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볼리비아의 안티플라노 고원을 향해가던 도로 옆 그리고 페루 성스런 계곡 유적지를 찾아다니던 동네 길에서 수시로 만나던 식물이 있다. 넓은 밭에 띄엄띄엄 심어져 있는 모양이 마치 수수 같기도 했는데 빨간색 밭, 노란색 밭과 파란색 밭으로 나눠져 있었다. 바로 좁쌀 크기의 곡물을 생산하는 퀴노아(Quinoa)다.
퀴노아는 토양이 건조한 해발 2500m가 넘는 고산지대에도 잘 적응하는 곡물로 안데스 고원이 주산지인데 잉카시대 이전부터 재배됐다. 곡물의 어머니라고도 부르는데, 고단백에 나트륨이 없어 다이어트가 중요한 이슈가 된 최근에 최고의 수퍼 곡물로 인정받고 있다. 귀국길에 색색의 퀴노아 봉지를 여러 개 챙겨와 주변에 선물로 나눠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게 때문에 힘이 살짝 들긴 했다.

안데스 산지인 알티플라노 고원에서 만난 '야레타스'라는 식물 하나를 보태며 식물 정리를 끝낸다. 알티플라노 고원은 3500~4100m에 이르는 고지대다. 기암괴석들이 모여있는 바위 숲에서 작은 볼일을 보러 숨었다가 나오는 길에 바위 위에 이끼가 빈틈없이 낀 것같은 녹색의 덩어리가 보였다. 만져보니 이끼는 아니고 쿠션이 있는 녹색식물인데 단단하기가 바위와 다를 게 없었다.
야레타스(Yaretas)라는 안데스 고산에만 사는 식물인데 미나리과의 상록 다년초다. 안데스의 험한 생존환경에 맞춰 햇살을 잘 받는 바위에 붙어 뿌리를 내린다. 놀라운 것은 바위 위에 빽빽하게 뭉쳐서 1년에 1.5cm씩 성장하는데 무려 3000년을 산다고 한다. 마치 브로콜리 바위처럼 생긴 이 쿠션식물은 보호식물로 채집이 금지돼 있다. 연료로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캐서 가라고 해도 바위만큼 단단해서 떼어내기 불가능해 보였다.

남미에서 본 식물을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친 파타고니아 그리고 볼리비아와 페루에 걸친 안데스 고원 지대로 나눠 정리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미의 식물이 아니라 내가 여행 중 만난 남미의 식물들이다. 아울러 처음 접하는 식물들의 이름을 달고 설명을 붙이는 일이 무척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안다. 식물을 분류하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아마추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류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용감하게 정리하는 것 역시 아마추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것이다. 조금은 부정확한 분류일 수 있지만,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남미의 식생을 이해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 좀 더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이상홍
(현)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여행작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숲 해설가
(전)정보통신기확평가원 원장/ KT파워텔 대표/ KT 종합기술원 부원장/ KT 중앙연구소장
저서=까미노, 꽃중년이 걸은 꽃길, 꽃의 향기 소통의 향기 등